(하)종전되면 2천억불 "황금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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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 창 욱 특파원】
『오늘의 한·이란 무역은 지난 10년이래 최악의 실적을보이고 있읍니다. 미사일공습의 공포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가 테헤란을 지키는 것은 제2의 중동붐을가능케할 이란특수가 눈앞의불을 보듯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몇 안되는 이란주재 한국상사원들이 전쟁속에서 버티며 가져온 신념에 가까운말이다.
삼성물산지사장 임춘택이사는『이란에 부임했던 지난84년 테헤란에 16개 한국상사지점이있었으나 해마다 떨어지는 실적과 연례적인 이라크의 테헤란 공습으로 지난86년에는 10개사로 줄었으며 최근의 미사일 공습후 다시 2개사가 철수, 이제는 8개사만 남았다』고 말했다.
주재원 수도 줄어 삼성물산의 경우 본사파견 주재원이 8명에서 현재는 2명밖에 남지 않았으며 8개사 주재원 11명등 모두 32명이 테헤란에 잔류한 주재원및 가족전부다.
『이란이 아무리 전쟁중의 국가라고 하지만 서독(2백87개사) 일본(53개사)은 미사일 공습에도 한 회사도 철수하지 않았읍니다.』
KOTRA의 김주남소장은한국상사들은 목전의 이익과위협에『너무 순발력이 강한것 같다』며 웃었다.
한·이란 교역량은 지난해2억1천만달러, 대이란 주종수출품목은 정유제품·통신케이블·섬유·전기전자제품·타이어·비료등 6종이며 기타품목을 합쳐 20여개 품목이고작이다.
지난85년 교역량이 5억달러였던데 비하면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란의대외교역량순위도 한국이 85년 7위에서 87년에는 11위로 떨어졌다.
이같은 실적저하는 이란측이 요구하는 철강·타이어·비료등 품목을 한국이 수출물량 부족의 이유로 공급을꺼리고 있기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팔리는 것이 아니라 못팔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이란이 전쟁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이 수출보험을 중단, 수출기업의 대이란수출을제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것도 커다란 장애가 되고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의 김승웅상무관은『이란이 대금지불을 한두차례 연기한 적은 있으나 미불등 결정적인 사고를 낸적은 한번도 없다』며이란의 대외무역신용도는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미 철수한 효성·금호가50만∼60여만달러씩의대금을2∼3개월 늦게 받은적은 있으나 이것은 이라크 미사일공격으로 인해 절차상 늦어진것 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란은 현재 외채 5천만달러에 외환보유고 58억달러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로서는 아주 건실한 외환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의 임이사는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전쟁특수 혜택을받지는 못하더라도 종전후의특수에라도 미리 대비해야한다며 한국수출업체의 멀리 내다보는 눈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승웅상무관은 종전이 되면 이란 한나라만해도 전후복구 물량이 2천억달러가 되는 대규모 황금시장이라고 전망했다.
KOTRA의 김소장도 이란이92년까지의 2차5개년계획에 1천5백억달러의 자금투입을 구상하고 있어 종전이 되면 실제 규모는 분명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잦은 정전과 보수가 잘 되지않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한국상사원들은지하2층의 차고에서 4층 사무실까지 계단을 이용, 오르내리고 있으며 자동차 에어컨 수입이 안돼 영상30여도의 뜨거운 기온에도 계란이 익을 정도로 달구어진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한다.
그러나 이들은 훗날을 기해 오늘의 갖가지 어려움을인내하고 있다.
KOTRA의 김소장은 미사일 공습때문에 피서가 아닌 피난도 많이 다녔다고 말하고 지금도 공습사이렌이 울리면 유리창이 보이지 않는사무실 벽에 바싹 기대서서내일을 기다린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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