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ID가 뭐길래...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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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미국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PVID’를 들고 나왔다. PVID란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기존에 미국이 강조해왔던 CVID에서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단어로 바꾼 것으로 CVID보다 훨씬 강력한 개념이다.

 당초 CVID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안보ㆍ군축 담당 차관이었던 시절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다. 볼턴은 당시 외교안보를 장악했던 네오콘(neo conservativeㆍ신보수주의)의 핵심으로 대북 강경파였다. 지금도 여전히 강경파다.

 이 CVID는 2003년 5월 5일 미 국무부 대변인 정례브리핑 답변에서 처음 나왔고, CVID는 곧 미국 대북 강경파의 북한 압박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그해 8월 열린 1차 6자회담에서도 미국은 CVID로 북한을 압박했다. 당시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라는 표현은)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쓰는 표현”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발했다.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중앙포토]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중앙포토]

 그런데 요즘 미국에선 CVID 대신 PVID가 대세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PVID를 첫 언급한 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5일(현지시간) PVID를 얘기했다. 이는 미국이 기존의 CVID보다 확장 강화된 기준을 내세워 다시는 핵개발을 할 수 있는 여지까지 없애겠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폐기를 약속하고 실행에 들어가더라도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 그 이후의 개발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CVID를 PVID로 바꿨다는 것은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략을 새로 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현재까지는 PVID를 겨냥한 직접적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해왔던 최근 기조와는 달리 대미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점은 주목된다. 지난 6일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도 미국이 내놓은 PVID라는 새로운 전략을 한창 분석 중일 것"이라며 "북·미간 기싸움이 PVID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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