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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두산 코치 "좋은 지도자는 질문을 끌어내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고토 고지 두산 타격코치. [사진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두산 타격코치. [사진 두산 베어스]

"고토 코치님 덕분에…" "고토 코치님은 재밌게 훈련하게 해줍니다." "멘털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주세요."

프로야구 두산은 타선이 강한 팀이다. 그런 두산 타자들에게 최근 타격에 관한 질문을 하면 고토 고지(49) 타격 코치 덕분이라는 답변이 자주 돌아온다. 고토 코치는 1987년 일본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2005년까지 15시즌 동안 뛰었다. 내야와 외야를 오간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던 그는 통산 기록 835경기 타율 0.263(1264타수 332안타), 30홈런·119타점·20도루를 기록했다.

은퇴 이후 행보는 흥미롭다. 2006년 뉴욕 양키스 산하 싱글A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이듬해엔 일본 독립리그인 BC리그 알비렉스니가타에서 감독을 지냈다. 이후 해설위원, 유소년팀, 대학, 마이너리그를 거친 그는 친정팀 요미우리로 돌아와 2군과 3군 코치로 일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두산 마무리훈련 때 인스트럭터로 초빙된 그는 두산과 정식 계약을 맺고 한국에 왔다.

올시즌 고토 코치는 화제의 라인업을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KIA전에서 내세운 '좌타자 8명 라인업'이다. 스위치히터인 국해성을 포함하면 9명의 타자가 사이드암 임기영에 맞서 좌타석에 들어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말 몰랐다. 고토 코치가 짜온 라인업을 보고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은 10-5로 이겼다.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코토 코치는 "훌륭한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질문을 많이 이끌어내는 사람"이라는 야구관을 들려줬다.

고토 고지 두산 타격코치. [사진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두산 타격코치. [사진 두산 베어스]

-태블릿 PC로 선수들 영상을 찍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타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의 타격 모습은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을 바로잡아주려면 선수를 납득시켜야 한다. 태블릿을 통해 타격하고 있는 자세를 보여주면 내가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 선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선수가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해서 만든 폼인데 코치의 '바꿔' 말 한 마디로 교정하는 게 쉽지 않지 않나. 타격폼을 옷이라고 생각해보자.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는데 '너, 그게 뭐야'라는 지적을 들으면 반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에서도 자주 사용한 방법이다. 찍은 당일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며칠 지난 뒤 폼이 달라졌을 때도 비교하기 위해 쓸 수 있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멘털적인 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

"기술적인 실수는 못 치면 바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이 잘못됐을 땐 고치지 못한다. 그래서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질문을 받지 못하면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영상을 찍고 있으면 선수들은 '보여주세요, 얘기해주세요'라고 한다."

-한국에서 코치 생활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사실 요미우리에서 코치를 하면서도 한국 야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90년대 후반에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동대문구장을 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지인 중에 LG 팬인 배우 공형진이 있다. 한국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한국에서 혼자 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은지.

"미국에서도 그랬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이나 다른 코치들이 내게 일본어로 말을 걸거나 격려해줄 때가 있다. 힘이 생긴다(웃음)."

-그 전까지 한국 야구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는 어땠나.

"한국 선수들은 참 예의가 바르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어느 리그에 가도 한국인 선수가 항상 있었다.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내게 인사를 늘 하는 예의가 바른 친구들이었다.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피닉스리그에 한국 팀들을 자주 봤다. 박건우는 그 때부터 눈에 띄었다. (리그 전체로 보면)한국 타자들은 파워가 있다."

-두산은 늘 경쟁이 치열한 팀이다. 고토 코치가 뛴 요미우리도 그렇지 않았나.

"팀내 경쟁이 있는 팀은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두산은 아주 좋다. FA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기 때문에 요미우리는 사실 주전이 정해져있는 팀이었다. 그래서 나는 팀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필요한 존재가 될까를 생각하고 야구를 했다. 지금 두산에서는 조수행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지금 조수행이 (주전은 아니지만)맡고 있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뺄 수 없다."

-21일 KIA전 좌타자 9명 배치가 큰 화제였다. 그때 상황은 어땠나.

"물론 김태형 감독이 승인한 라인업이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 안배였다. 또 하나는 상대 투수에 대한 상대전적이었다. 야구는 당연히 확률 높은 쪽을 생각해야 하니까."

-좋은 선수들이 많은 두산이라 가능한 라인업이 아닌가 싶다. 지도자로서 '행복한 고민' 아니었나.

"맞는 말이다. 그렇긴 하지만… (한참 생각한 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잘 쓰지 못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선수들을 어떻게 잘 써야 할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두산 선수 중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는.

"최주환 아닐까. 나는 기본적으로 타격감이 좋을 때는 그 선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굳이 선수에게 말을 걸어서 안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내 타율 1위인 양의지는 고토 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좋지 않은 선수에게는 어떻게 질문을 하게 만들까를 고민한다. 그런데 최주환은 '괜찮다. 잘 하고 있다'는 대화를 통해 힘을 얻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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