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약류 유출에도 신고 않은 중앙의료원…"현 원장 몰라" 해명

중앙일보

입력

국립중앙의료원 외경. [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 외경. [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NMC)이 간호사가 마약류를 개인적으로 소지하다 적발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신고도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NMC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정기현 원장은 몰랐다. 전 집행부 때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간호사 마악류 3개 보관 확인 #올해 2월 내부 감사 보고서 냈지만 신고 X #지난달 간호사 약물중독 숨지며 논란 증폭 #의료원 "전 집행부 때 일, 정기현 원장 몰라" #보고서 작성, 현 원장 재직시 이뤄져 '의혹' #"국회도 보고 받지 않아" 허위 해명 가능성

이날 중앙일보가 확인한 NMC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응급실 간호사 A씨가 차량에 갖고 있던 페치딘 앰플 2개와 펜타닐 앰플 1개를 자진 신고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응급실 리모델링 공사로 보관하기 어려웠던 의약품을 자체 보관하다가 일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차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약품을 확인했지만 3개월간 알리지 않고 방치했다. 페치딘과 펜타닐 모두 마약류관리법에서 규정한 마약의 일종이다.

법적으로 마약류 분실 등 사고 상황이 확인되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NMC 측은 지난해 12월 내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해당 의약품을 폐기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올해 1~2월 내부 감사가 이뤄졌고 2월 7일자로 감사 보고서가 작성됐다. 3개월 가까이 경찰ㆍ보건소 신고가 없다가 3일 갑자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은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말에는 또다른 응급실 간호사가 화장실에서 약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약품 관리 미비까지 도마에 올랐다.

NMC는 이날 간담회에서 사건 은폐 책임과 선을 그었다. 모두 전 집행부의 책임이라는 취지다. NMC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이를 보건복지부나 국회 등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전 집행부 때의 일”이라면서 “(간호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정기현 원장은 몰랐다. 현 집행부는 적폐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사고에 국립중앙의료원의 의약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잇따른 사고에 국립중앙의료원의 의약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하지만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감사보고서가 작성된 2월 7일자는 정기현 원장이 재임 중이던 시기다. 정 원장은 1월 23일에 임명장을 받았다. 마약류 유출이 처음 인지된 시기는 전임 안명옥 원장이 퇴임할 즈음이었지만 감사가 마무리된 건 정 원장 재임과 겹친다.

이에 대해 NMC에선 “보고가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현 원장은 모르다가 이번 사건(간호사 사망)으로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중요한 감사 보고서를 원장에게 결재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만일 감사 보고서가 정 원장에게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문제다. 중요한 사안이 수뇌부로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내부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허위 해명 가능성도 있다. NMC 측은 ”복지부에 감사 사실 고지가 된 것은 4월 27일 정도, 국회로 고지가 된 것은 4월 20일 정도“라고 해명했다. 이날 간담회를 하기 전에 이미 정부ㆍ국회에 감사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간호사 마약류 보관 건으로 NMC의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의뢰도 언론 보도가 나오던 3일에야 이뤄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의약품 관리와 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실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환자안전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해야할 곳이 사실은 사각지대였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사용돼야 할 전문의약품이 이렇게 허술하고 부실하게 관리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