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미국인 조기 석방, 트럼프 비핵화 회담 걸림돌 제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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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채널을 고정하고, 주목하라”면서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2일 밤(현지시간) 트윗에서 “모두 알다시피 과거 정부들은 북한 노동교화소에 억류된 인질 3명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하면서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과 5월 말 정상회담 현장에서 ‘깜짝 선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억류 미국인 석방이 회담 이전으로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북한이 이들의 석방이 앞당기는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을 미리 제거해달라는 미국의 요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이날 “북한은 이미 지난 3월 15~17일 이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때 미국인 석방 결정을 내렸지만, 당시 미국 관리들은 비핵화 주요 쟁점에 연계시키거나 느슨하게 할 의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억류 미국인 석방의 반대 급부로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수위를 누그러뜨릴 생각을 말라는 뜻이다.

북 평양회담 연계에 볼턴 "진정성부터 보여라" #노어트 "수백만명 주민 억압·폭력정권 고통" #정상회담 앞두고 북 인권문제도 압박 카드로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인 석방을 북·미 회담 장소와 연계해 평양을 고집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회담 전 석방을 강력히 요구해 결국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1일 부활절 비밀 방북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인 즉시 석방을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언제든 석방하겠다”면서도 평양 회담을 고집해 바로 3명을 데려나오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 회담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조기 석방의 돌파구가 열렸다.

직후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회담 전 미국인 인질 석방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같은달 29일 CBS방송에 출연해 “이들 세 명은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최우선 과제”라며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이들은 억류조차 되지 않았을 사람들로 북한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전에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억류 미국인 석방 임박 소식을 공개하기 앞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북·미 간 비핵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연례 ‘북한 자유 주간’ 성명에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 아래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가족까지 포함해 약 10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받는 등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의해 기본적 자유조차 완전히 거부당하고 있다. 억압적인 환경에서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붙잡히면 종종 고문받거나 살해됐다”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이러한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최대한 압박 캠페인을 펼치는 동시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한 정보의 유입을 늘려나갈 것”고도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 대표단장으로 방한해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와 탈북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트윗을 썼다.
펜스는 “나는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더 나은 삶을 찾아 이 억압적 정권을 탈출한 탈북자들과의 감동적인 만남과 웜비어의 자랑스러운 가족과의 시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이 세계를 위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 등이 주관하는 북한자유주간은 2004년 시작돼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다 2010년부터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린다.

워싱턴=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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