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는 사실상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주한미군 훈련 모습. [연합뉴스]

주한미군 훈련 모습.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모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과 북한의 종전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미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에 실렸다.

 FP는 5월호에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영원히 갇힐 수 있다(U.S. Soldiers Might Be Stuck in Korea Forever)’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 작성자는 워싱턴대 잭슨스쿨의 클린트 워크(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이다.

 기고문에서 워크는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다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재임 1977~81년)을 반면교사의 사례로 들었다. 대선 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웠던 그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한국 내 미2사단 전투 병력을 철수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의회 및 관료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끝내 2년만에 이 계획을 접어야 했다고 워크는 전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데통령의 옛 모습.

지미 카터 전 미국 데통령의 옛 모습.

 기고문에 따르면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 일정 마련에 있어 성급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미 합동참모본부는 카터에게 4~5년 기한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카터가 애당초 주문했던 철수 기한(1년)을 연장시킨 것이라고 한다. 카터는 이처럼 ‘변경된’ 합동참모본부의 계획안 한켠에 ‘(일정이) 너무 느린 것 같다(Seems too slow)’는 불평을 남겼다고 워크는 전했다.

 관료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였던 모튼 아브라모위츠는 “우린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연기하고, 조정하며, 최대한 (카터의) 결정을 무마시키려 했다”고 밝혔다고 워크는 전했다.

 동맹국의 협조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에 보상 차원의 군사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회가 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연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군의 장비 수준이 알려진 것보다 크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잇따른 반대에 고전하던 카터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정희 당시 한국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에게 3자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일성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워크는 기고문에서 “(관료·의회 등) 카터의 반대 세력은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특히 미군의 베트남 철수 이후로 미국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철수, 중국 정부 국방 지출로 이어질 것”

 기고문 저자인 클린트 워크는 이 외로도 군사·외교 측면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촉발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먼저 그는 트럼프 정부가 종전협정을 계기로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다면 일본 정부가 즉각 군사력을 상당 수준 증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아시아 최강대국인 중국의 야심을 자극할 것이며, 결국 중국 정부는 국방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워크는 전했다.

 끝으로 그는 주한미군이 축소된다면 한국 정부는 더욱 전시 작전 통제권 이양을 주장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에 대한 의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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