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를 넘어버린 홍준표 대표의 정상회담 폄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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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소속 정당 대표를 공개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려 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동안 4·27 남북 정상회담을 “희대의 위장 평화 쇼”라고 규정하면서 ‘판문점 선언’을 맹비난해 왔다. 특히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선 판문점 선언을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라고 주장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주사파 발언과 관련해 “너무 나가셨다”고 지적했다. 그런 뒤 “한반도 평화 문제엔 여야,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홍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홍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무책임한 발언,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도 홍 대표가 연일 정상회담을 공격하는 와중에 페이스북에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홍 대표는 정상회담 하루 전에는 일본 아사히TV에 출연해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사람은 좌파뿐”이라는 말도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남북 정상회담 전에는 “축복”을 언급하고, 회담 뒤엔 “환영”을 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좌파라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이 행동으로 핵 폐기에 나설 때까지 야당 대표가 지지층을 대변해 합리적 의심을 품고 매의 눈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지금 건강한 보수층마저 그의 독설에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