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장담했는데 … 뭘 해도 안 뜨는 안철수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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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종로구 미래캠프에서 열린 서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4.30/뉴스1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종로구 미래캠프에서 열린 서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4.30/뉴스1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고심에 빠졌다.

드루킹 공세 폈지만 김문수만 이득 #“박원순 시장직 사퇴”로 타깃 바꿔 #낮은 당 지지율 … “무소속이 낫겠다” #선대위장 손학규 영입도 진전 없어 #유승민과 노원병 공천 알력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박원순 시장과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데다 반등의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아서다. 당 안팎에선 “이대로라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진 3위가 될 것 같다”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박 시장과 자신의 양강 구도를 장담해 왔다.

① 드루킹 공세로 남 좋은 일만?=안 후보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19대 대선 불법 여론 조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와 네이버 등 현장을 방문했고,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보수 표심을 끌어모은다는 계산이었지만 지지율 상승 효과가 미미했다. 당 관계자는 “드루킹 논란에 집중하다가 안철수 대 박원순은 사라지고, 지난 대선 때의 안철수 이미지만 남아버렸다”며 “그나마 기대했던 보수층 결집도 김 후보한테 가고 있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박원순 때리기’로 선거 기조 전환에 나섰다. 안 후보는 지난달 29일에는 “박 시장이 출마 선언 후에도 시장직을 유지하며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시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댓글 조작 사건은 당 차원에서 이슈화가 잘 안 됐기 때문에 후보가 직접 나선 것”이라며 “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된 만큼 이제 서울시정과 관련된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 무기력한 바른미래당=안 후보 측은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2016년 총선 때와 같은 바람(당시 국민의당)을 기대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이슈가 선거 이슈를 압도하면서 초반 분위기 조성에 애먹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에 가려 지방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 추격자 입장에서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당 지지율이 워낙 높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당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시장 선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기지사, 인천시장 후보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 자릿수 당 지지율 때문이다.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가령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공동대표는 30일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했지만, 바른정당 출신인 유승민 공동대표는 “2005년 9·19 공동성명,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보다 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평가절하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측에선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가 바람을 일으키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③ 내부 알력과 겉도는 캠프 구성=안 후보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는 당내 화약고가 된 상황이다. 공천을 놓고 유승민 대표와 가까운 이준석 지역위원장과 안 후보와 가까운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맞붙고 있다. 경선을 치르는 데까지는 합의했지만, 경선 방식을 놓고 홍역이 계속되고 있다.

유 대표 측은 여론조사 100%를 주장하지만, 안 후보 측은 당원들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원병은 국민의당 출신 당원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거캠프 구성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대위원장으로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영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주일째 진전이 없다. 박주선 당 대표는 30일 손 전 고문을 만나 당 선대위원장과 서울시장 선거캠프 선대위원장 자리를 공식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당 지도부의 정식 제안이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밀려 3위로 주저앉을 경우 다음 총선을 내다보고 당내 세력의 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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