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변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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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화민국 국민당이 10일부터 전국대표대회(13차)를 열고 있다. 이 전당대회는 장경국총통 사망후 권력을 승계 한 이등휘 총통 체제 확립을 포함한 포스트장 시대의 대만의 진로를 결정하는 공식절차가 된다.
이등휘 총통은 이번 대회에서 국민당의 주석직까지 맡음으로써 행정권과 당권을 모두 장악, 확고한 대만의 통치자가 됐다. 그것은 공식적으로 장개석이나 장경국과 대등한 정치권력자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권력이란 외형적 지위만으로 그 힘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력은「권의」와「세력」을 갖추지 못하면 실제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총통은 그의 선임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당 대회를 계기로 그의 권위가 향상되고 세력이 강화됨으로써 집권체제를 다지게 됐다.
지금 대만의 정치세력은 대충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보수파다. 이들은 본토에서 피난 나와 장씨 정권을 떠받쳐온 원로정치세력들이다.이들은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들로서 당중앙위원과 입법의원 자리를 맡아온 현대판 귀족세력이다. 이들의 다음대가 신진보수세력으로 그들을 떠받치고 있다.
둘째는 체제내의 개혁파다. 이들은 장가의 국민당 체제 안에 들어가 있는 젊은 지식인층과 대만출신 정치인들로 구성돼 있다. 그들은 지배체제 안에서는 보수파와는 지지기반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면서 국민의사(대만인)를 받아들여 기존체제의 개혁을 주장해왔다.
셋째가 진보파다. 이들은 대만출신 또는 신진 지식인들로 구성된 재야세력이다. 권력에서 배제된 채 국민당일당 독재체제에 도전해온 급진파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성향은 자유주의일 뿐이다. 이들은 민주진보당 등 야당을 구성하고 있다.
이등휘총통은 체제내의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금 대만의 권력은 외형상 이등휘를 정점으로 하는 체제내 중도세력이 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도 보수파의 뿌리가 강하여 그들이 실세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개혁파가 도전하고있다. 이총통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수파 세력과 타협하여 개혁파 세력을 크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금 대만의 정치적 당면과제는 개혁을 통한 민주화와 지배세력의 대만화 및 대륙관계의 확대개방이다.
민주화는 장경국 말기부터 시작되어 4O년만에 계엄이 해제되고 야당이 허용되는 등·상당한 수준의 개방화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국민당 일당독재체제는 그대로다.
공산당식 조직인 국민당의 독재는 18%의 본토인이 80%의 대만 인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치체제였다. 그러나 정치적 실권이 대만출신으로 넘어가면 민주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지배체제의 대만화는 장경국 사망이후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 선임된 중앙위원의 다수가 대만태생이다. 그 결과 15%였던 대만출신 중앙위원이 4O%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총통이 추진하는 이 같은 개혁은 지배 엘리트의 연소화와 전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본토출신 세력을 대만출신으로 바꾸자면 자연히 평균 연령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총통이 추천한 중앙위원중엔 대만출신의 젊은 기술관료가 많다는 점에서 전문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중화민국은 대륙의 중국과 교류를 확대하고 경쟁을 벌여 이기려면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고도화가 계속 요구된다. 이런 과제는 지배층의 연소화교체와 관료의 전문기술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국민당대회는 이런 목표를 원만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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