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잘 마무리돼 개성공단 곧 다시 열리기만을...”

중앙일보

입력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판문점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니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이 잘 마무리돼 개성공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입주기업을 상대로 부품 등을 납품했던 중소업체 태진티제이 고재권(55) 대표의 말이다. 2년여 전까지 의젓한 중소업체 사장으로 일하던 그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여파로 지금은 주방보조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가 꿈인 고재권 대표 #이르면 내년 초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 #“차분히 회담결과 후속조치 지켜볼 뿐” #개성공단 폐쇄로 식당보조로 생계 유지

그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이르면 내년 초에는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희망 사항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굴곡 많은 남북관계를 몸소 경험했기에 지금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성급한 희망은 갖지 않고 차분히 회담 결과와 후속 조치를 지켜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지난 2년여 세월이 꿈만 같다고 회상했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성급한 판단에서 이뤄졌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는 2010년부터 개성공단을 드나들며 입주 기업 등에 자동차 및 자전거부품·사무용품 등을 납품해 왔다. 그러다 2016년 2월 느닷없이 이뤄진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졸지에 생계 수단을 잃었다.

그는 공단에 있던 영업사무소에 쌓아 둔 부품과 자재 등 3500만원 어치를 그대로 날렸다. 설을 쇠러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폐쇄 결정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 올라갔다. 하지만 파주 통일대교에서 출입이 막히는 바람에 발이 묶였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던 물품은 수도권 등지를 돌며 발품을 팔아 떼온 것들이었다. 주요 거래처였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함께 폐쇄되는 바람에 남쪽에서도 더이상 기업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체를 잃은 고재권씨가 오리백숙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월세를 낼 형편도 안 돼 2016년 5월부터는 월셋집에서 나와 딸과 함께 서울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얹혀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나선 그는 같은 해 8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찾아가는 자전거 수리’ 일을 하며 월 140만원을 벌어 생계를 이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이 출퇴근 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 부품을 납품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수리기술이 도움이 됐다.

딸과 함께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미숙한 손으로 하루 8시간씩 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겨울이 되면서 끊기자 같은 해 12월부터는 친척이 운영하는 서울 화곡동에 있는 한 오리백숙 식당에서 하루 10시간씩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남북이 어렵게 키워온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장을 넘어 남북 평화공존의 무대라는 점에서 반드시 다시 열려야 하며,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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