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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전화(火)위복’ 콜라보, 더부스·모터시티의 ‘피맥 임시대피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터시티 매장 앞에 세워진 임시대피소 배너. 모터시티 화재 소식을 모른 채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배너를 보고 임시대피소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모터시티]

모터시티 매장 앞에 세워진 임시대피소 배너. 모터시티 화재 소식을 모른 채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배너를 보고 임시대피소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모터시티]

지난달 14일, 이태원 피자집 ‘모터시티’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재료와 소스가 듬뿍 들어간 디트로이트 피자 맛집으로 매일 손님들을 줄 세우던 가게가 하루 아침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불 나서 문 닫았더라’, ‘가봤는데 영업 안하더라’ 등의 소식을 SNS나 블로그를 통해 접한 손님들은 아쉽게 발길을 끊어야 했다.

지난 2일, 모터시티 피자가 다시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했다. 불에 탄 매장에서가 아니라 가까운 크래프트비어 펍인 더부스 이태원역점에서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각각 3만개(#더부스), 8800여개(#모터시티) 이상 쌓으며 인기 끌고있는 두 청년 창업 브랜드가 각자의 맥주와 피자를 내세워 합동 팝업스토어를 차렸다. 이름하여 ‘피맥(피자+맥주) 임시대피소’다.

더부스와 모터시티의 콜라보를 알리는 임시대피소 포스터. [사진 더부스]

더부스와 모터시티의 콜라보를 알리는 임시대피소 포스터. [사진 더부스]

24일 저녁, 모터시티가 임시로 대피 중인 더부스를 찾았다. 더부스 이태원역점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걸어서 2분이면 도착한다. 지도 앱에서 ‘더부스’를 검색하면 1호점인 경리단길점과 함께 뜨니 잘못 찾아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1번 출구를 나와 해밀턴호텔 뒷골목에서 글램라운지 바로 옆의 사잇길로 들어와 계단을 쭉 올라오면 된다. 모터시티의 본 매장과도 도보로 7분 거리다.

더부스 이태원역점 내관. [사진 더부스]

더부스 이태원역점 내관. [사진 더부스]

더부스는 그야말로 거리 축제에 세워진 ‘부스’같다. 모터시티의 인테리어나 분위기와 비교하면 훨씬 더 캐주얼하다. 시멘트처리된 벽과 바닥, 철제 테이블과 의자, 블랙보드에 초크아트로 그려둔 메뉴, 일회용 은박 접시와 플라스틱 포크·나이프 등이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감성을 느끼게 한다.

팝업스토어 기간 중 더부스 블랙보드에 그려져 있는 모터시티 피자 메뉴.

팝업스토어 기간 중 더부스 블랙보드에 그려져 있는 모터시티 피자 메뉴.

카운터에 콜라보로 인한 변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카운터에 콜라보로 인한 변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합동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 중이지만 새로운 피자 메뉴를 들여온 것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카운터 위쪽 블랙보드에 모터시티의 세 가지 메뉴가 적혀 있는 정도다. 더부스에서 판매하는 모터시티의 음식은 시그니처 피자인 ‘잭슨5’와 ‘클래식 피자’, ‘메가 크런치 프라이’ 세 가지다. 잭슨5는 폭신한 도우에 치즈·페퍼로니·베이컨·할라피뇨 등 다양한 토핑에 수제 레드소스와 랜치소스를 얹은 피자다. 클래식은 일반적인 페퍼로니 피자의 디트로이트피자 버전이다. 메가 크런치 프라이는 랜치소스와 함께 나오는 감자튀김이다.

더부스에도 원래 피자 메뉴가 있지만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은 판매하지 않는다. 더부스의 김정우 매니저는 “브랜드 기획 단계부터 우리의 맥주와 외부의 음식을 함께 팔아보려는 생각이 있었다”며 “‘더 부스(booth)’라는 이름에 걸맞은 콜라보였다”고 말했다.

주문·결제·픽업 등 매장 이용은 더부스의 기존 방식 그대로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본 뒤 카운터로 직접 와서 주문한다. 접시와 포크·나이프, 티슈, 핫소스와 파마산치즈 등도 모두 셀프로 가져가야 한다. 피자는 자리에서 기다리다가 나눠준 진동벨이 울릴 때 카운터로 찾으러 가면 된다.

모터시티의 잭슨5 피자와 더부스 맥주. 일회용 은박 접시와 플라스틱 포크·나이프는 셀프다.

모터시티의 잭슨5 피자와 더부스 맥주. 일회용 은박 접시와 플라스틱 포크·나이프는 셀프다.

 더부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완성도 높은 수제 맥주를 제작·유통하는 브랜드다. 자체 양조장에서 브루잉한 다양한 맥주를 선보인다. 생맥주 11가지, 병맥주 7가지로 총 18종류의 선택지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 모터시티의 대표 메뉴인 잭슨5를 주문하고 그와 어울릴만한 맥주 추천을 부탁했다.

더부스의 11종류 생맥주를 제공하는 탭들. [사진 더부스]

더부스의 11종류 생맥주를 제공하는 탭들. [사진 더부스]

김 매니저는 “잭슨5는 할라피뇨가 들어간 매콤한 피자이기 때문에 매운 맛을 완화시켜주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긍정신’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긍정신은 방송인 노홍철과의 콜라보로 탄생한 맥주로, 크림과 카라멜 맛이 나는 레드에일이다. 모터시티의 김무현 주방 담당 매니저도 “디트로이트 피자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 무거운 음식이라 에일이면서도 라거처럼 가벼운 느낌이 있고 피니시가 깔끔한 긍정신이 잘 어울린다”며 동의했다. 심플한 맛의 클래식 피자에는 파인애플·멜론·파파야 등 상큼한 과일향과 홉의 풍미가 가득한 ‘국민IPA’를 페어링하면 좋다.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랜드 미켈러와 함께 만든 ‘대강 페일에일’도 추천했다. 주문 전에 테이스팅이 가능해, 맛을 보면서 맘에 드는 맥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

모터시티의 클래식 피자와 더부스의 국민IPA, 긍정신 맥주.

모터시티의 클래식 피자와 더부스의 국민IPA, 긍정신 맥주.

 모터시티의 주방 인력이 그대로 피자를 만들고 있지만 본 매장과 맛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모터시티에서는 위·아래에 고루 열이 가해지는 데크오븐을 썼는데 더부스에는 터널형 레일오븐에 피자를 굽기 때문이다. 철망 위에 피자를 올리는 대신 종이를 깔고 내놓는다는 점도 다르다. 모터시티 김무현 매니저는 “바삭한 크러스트가 우리 피자의 장점이었는데 레일오븐에서는 아랫면까지 바삭하게 구워지지가 않는다. 대신 윗면의 카라멜라이징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터시티의 휴업 소식을 모른 채 방문했다가 배너를 보고 임시대피소로 찾아오는 고객들도 많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모터시티의 휴업 소식을 모른 채 방문했다가 배너를 보고 임시대피소로 찾아오는 고객들도 많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합동 팝업스토어 프로젝트는 화재 피해를 입은 모터시티에 더부스 측이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김희윤 더부스 대표는 “같은 지역의 청년 창업 브랜드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터시티의 임상윤 매니저는 “3월 14일부터 임시대피소 오픈 전까지 피자를 만들지 못했었는데, 더부스에서 3주만에 우리 피자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며 “모터시티 피자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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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피맥 임시대피소는 이달 30일까지만 찾아갈 수 있다. 모터시티는 현재 매장 보수를 모두 마치고 오픈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5월부터는 새롭게 정비된 매장에서 손님들을 맞을 예정이다. 더부스는 치즈·페퍼로니 등 기존의 뉴욕피자 메뉴를 다시 살린다.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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