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PD수첩 보도 사실과 다르면 MBC사장 퇴진운동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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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3대 의혹’을 제작해 방영을 예고하자 조계종 총무원은 25일 “서울 서부지법에 24일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며 “지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반대 진영에서 이미 제기된 사항들이다. 현재 명예훼손 등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똑같은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불교를 음해하려는 훼불 행위라고 본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사진 조계종]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사진 조계종]

이날 설정(76) 총무원장은 부처님오신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분명하고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나도 빨리 밝혀지길 바라며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모두 협조하겠다. 그런데 (법적) 절차가 있으니 내 생각만큼 빨리 진행되지가 않더라”며 그동안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 적극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PD수첩(5월1일 방영 예정)이 예고편을 통해 제기한 의혹은 세 가지다. 여자 문제와 돈 문제, 그리고 학력 문제다. 모두 지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사안들이다. 그 중 설정 스님 앞으로 돼 있던 수덕사 고건축박물관 명의는 지난 1월부터 수덕사로 명의를 이전하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법적 등기 절차가 마무리된다. 또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학력 문제에 대해서는 총무원장 후보 등록 전인 지난해 9월8일 설정 스님이 교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가 아닌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이유 여하를 떠나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게 나의 부족함이자 불찰이다”고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언론에 이미 보도가 된 사안이다.

마지막 의혹은 여자 문제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것은 “약 30년 전에 설정 스님에게 여자가 있었고, 둘 사이에 자식도 하나 있다”는 주장이다. 설정 스님은 “유전자를 채취해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며 “소송 상대방이 유전자 검사 방법을 제시하면 수용해서 모든 의혹을 해명할 것”이라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반대 진영의 음해성 주장을 가지고 진실인 양 호도하는 것에 대해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PD수첩 제작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으로 나갈 경우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이고, 교권 수호를 위해 MBC사장 퇴진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오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2만 여명의 불자와 함께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및 불교파괴 왜곡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PD수첩의 강지웅 CP는 “취재 윤리 결코 어긴 것이 없다. 현재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이목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 또한 아니다. 오히려 그건 우리에게 더 부담이다”고 말했다.

백성호ㆍ노진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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