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패널 때문이다. 손바닥 만한 TV 화면이 조잡스럽게 펼쳐진 사진. TV에 소개된 것을 알리는 홍보물이다. 예전에는 이것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삐끼'구실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요즘은 흔하디 흔해 신뢰도가 땅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 KBS.MBC.SBS.CNN에도 안 나온 집'이란 문구가 구닥다리 버전으로 전락했을 정도다. 그런 음식점으로 안내했으니 뒤에서 들리는 한숨소리의 의미를 친구는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매번 새로운 맛집을 찾는 건 이제 백사장에서 진주 찾기나 다름없어. 그나마 이 집의 패널은 '더덕더덕'은 아니잖아." 언짢은 마음을 달래주려 애를 쓴다.
"매스컴이 인정한 곳이라며 폼 재는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심해. 외국에선 더 큰 자랑거리가 있어도 조심스럽게 표현하거든." 기분을 가라앉히고 식탁에 앉았다.
친구가 더 이상의 말을 막으려 종업원을 불러 돼지갈비를 주문한다. 석탄이 아닌 숯불 화로가 오른다. 뒤이어 김치.샐러드 등 기본 반찬과 쌈 거리가 한 상 깔린다. 석쇠가 달아오를 즈음 돼지갈비가 나왔다. 한 덩어리가 어른 주먹 만하다. 갈빗살을 펼치니 댓잎이 하나씩 들어 있다. 상호가 왜 '댓잎갈비(02-796-3355)'인지 알아차렸다. 대나무 수액, 감잎 등과 함께 만든 양념으로 재운 갈비란다. 두툼한 고기 살이 달달하고 부드럽다. 숯 향이 배어 감칠맛이 더하다. 노른자가 올라간 파 무침을 곁들이니 매콤하다. 2인분 고기를 다 먹기도 전에 한 대접 있던 파 무침이 바닥을 보였다. 옆 자리에서도 파 무침을 더 달라고 종업원에게 재촉한다. 둘 다 과식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1인분(9000원)을 추가했다. 그리고 된장찌개(5000원)로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글도 홍보용 패널을 위한 '엉뚱한 짓'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뒷맛이 텁텁해진다.
유지상 기자
■ 전화 번호=02-796-3355
■ 추천 메뉴=댓잎갈비 9000원(280g, 포장은 6000원),된장찌개 5000원 (부가세 포함)
■ 영업 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연중무휴
■ 주차 공간=주차대행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