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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의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들여다보면 올 하반기로부터 내년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초석을 놓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수 있다.
쉽게 말해 올 상반기까지 만 2년간 지속된 12%대의 고성장과 초유의 경상수지혹자는 우리경제의 체질변환을 위한 비교적 장기간의 「고열」증세였다고 할수 있으며 이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체온이 식기 시작하는 때야말로 몸조리에 더욱 신경을 써 건강한 체질을 두고두고 지킬수 있도록 해야할 시기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여러곳에 체온계를 갖다 대어본. 정부의 다음과 같은 전망치들이 모두 그같은 사실을 말해주는 진단결과다.
곧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며 경제성장률은 12%에서 8.1%로, 수출증가율은 26.8%에서 14.1%로, 고정투자증가율은 10.7%에서 10%로, 경상수지혹자는 57억달러에서 28억∼33억달러로 각각 둔화되거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1년새도 아니고 반년새에 이 정도라면 상당히 급속한 변화다.
다시 말해 상반기실적과 하반기 전망에 물을 타 올해 전체로 9.8%의 성장, 85억∼90억 달러의 경상수지혹자, 3.4%의 실업률과 같은 훌륭하기 그지없는 전망치가 잡힌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반기 실적에 대비한 하반기 전망치의 「상대속도」가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우리경제의 감속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당연한 결과다.
환율절상과 수입개방이라는 경제운용상의 중요한 룰의 변화, 임금을 비롯한 각종 소득보상적인 가격상승이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이. 바로 그같은 결과를 예고해오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올하반기부터 내년까지의 성장률을 8%대 이상으로 유지시키겠다든가, 주택·도로·농어촌등을 중심으로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올해 1조원 가량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국채발행등 내년 예산편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든가, 중소기업과 첨단분야를 겨냥한 투자촉진책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든가 하는 것등이 다 그같은 정부의 요량을 반영한 대목들이다.
또한 연초부터 어느정도 예상된 코스였지만 상반기중에만 8%를 읏돌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오던 원화 절상속도를 경제의 감속에 맞추어 하반기중에는 상대적으로 억제하겠다는것도 그같은 맥락에서 볼수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를 겨냥한 정부의 경제운용이 모두 위와 같이 논리정연하고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위와 같은 경제운용이 위험하리만큼 방해가되고 실체로 기민한 운신의 발목을 잡는 복병들이 곳곳에 있다.
그 첫째가 바로 물가다. 사실 그간 경기국면을 들여다보고 처방을 내려야 하는 정책당국을 가장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왜 경제의 감속을 예상하고 대비책을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물가불안을 걱정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까지도 우려하게 했던 그같은 상반된 현상을 놓고 고민해오던 정부가 이번에 당초의 물가억제목표를 웃도는 전망치 (소비자물가 6∼7%상승) 를 내놓고 투자확대와 8%이상의 성장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매우뜻깊은 정책의 선택이다.
이제 더이상의 성장감속을 용인할수 없다는 판단에다 내년이후의 정국전개에 대비한 정치권의 요구까지를 수용한 결과인데, 그러면서도 역시 물가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수는 없는지라 투자촉진등 경제의 감속에 대비한 처방은 그어느때보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할 것이 올 하반기의 경상수지혹자를 28억∼33억달러 정도로 매우 보수적으로 보고 이를 전제로한 통화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점이다.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이같은 경상수지혹자 규모는「전망치」라기보다 차라리 절박한 「의지」에 가깝다.
절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수입개방이 순탄하게 이루어져 그만한 수준에서 혹자가 관리된다면 모르되 현재의 상황(상반기에만 57억달러 혹자)으로 보아서는 하반기의 혹자규모가 전망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추경편성에, 따른 통화증발이 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같은 규모의 흑자를 전제로한 통화나 물가관리 목표는 아무래도 무리일수 밖에 없다.
더구나 통화증권발행등의 가능한 통화관리수단은 이미 다 한계에 차있으므로 정부의 정책대응도 더이상의 여지가 별로 없다.
결국 올 하반기 이후의 경제운용은 적정성장을 지키면서 안정을 크게 희생하지 않는 어려운 「줄타기」를 연출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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