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팩티브는… 목표는 세계시장 1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사진)가 국내 제약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2003년 4월 6일. 이를 개발한 LG생명과학은 축제분위기 속에 3~4년 뒤면 4억달러(38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40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퀴놀론계 항생제 세계 시장의 10%를 장악할 수 있다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팩티브는 3년이 지난 오늘 어떤 모습일까. LG생명과학에 따르면 팩티브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050만 달러(196억원)의 매출을 올려, 미 시장 전체(28억달러)의 0.7%를 점했다. 미국은 팩티브의 해외 최대 시장으로 당초 시장점유율 10% 기대에는 물론 1%에도 미치지 못했다. LG생명과학에서 연구소장을 맡았던 조중명(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박사는 "안전성과 약효 면에서 팩티브는 상당히 좋은 신약이지만 퀴놀론계 항생제 시장이 기대 만큼 크지 않은 데다 마케팅 파트너로 거대 제약사를 끌어들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팩티브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스미스클라인비참(SB)과 공동개발을 추진했으나 SB가 글락소웰컴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합병되면서 2002년 4월 공동개발이 중단됐다. 조 박사는 "글락소웰컴이 합병 이전에 이미 일본에서 수입한 퀴놀론계 항생제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GSK가 팩티브를 포기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GSK코리아 관계자는 "팩티브의 시장 가치를 자체 분석한 결과 현 단계에서 투입비용 5000여억원을 포기하는 편이 오히려 무리하게 일을 끌고가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 중도하차 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GSK가 공동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후 LG생명과학은 진소프트라는 미 바이오벤처를 마케팅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러나 진소프트 역시 미 FDA 허가 이후 오션트사로 흡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오션트가 2004년 9월에야 제대로 된 영업을 시작해 매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LG생명과학은 팩티브 매출을 늘리려고 지난해 9월 일본 아리겐사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또 기관지염 급성 악화와 폐렴 치료 기능 이외에 축농증.중이염으로 치료영역을 넓히고 주사제로 개발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