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 용납 안돼” 하일지 교수, 성추행 피해주장 학생 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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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연 하일지(63, 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왼쪽)와 동덕여대 백주년 기념관 곳곳에 붙은 하일지 교수 규탄 대자보들(오른쪽). [뉴스1, 홍상지 기자]

지난달 19일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연 하일지(63, 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왼쪽)와 동덕여대 백주년 기념관 곳곳에 붙은 하일지 교수 규탄 대자보들(오른쪽). [뉴스1, 홍상지 기자]

성추행,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는 하일지(63·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을 고소했다.

하 교수는 자신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A씨(26)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으로 고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하 교수는 "어떤 명분으로 이 나라 사법질서를 무시한 채 익명 뒤에 숨어 한 개인을 인격 살해하는 인민재판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의 말만 액면 그대로 믿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한 관련자들을 함께 고소할 것"이라며 대규모 고소를 예고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하 교수는 지난달 14일 수업시간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 "점순이가 남주인공을 강간한 것이다. 남자애가 미투해야 한다"고 말해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아울러 이날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김지은 전 정무비서에 대해서는 "처녀가 아닌 이혼녀라 진정성이 의심된다. 이혼녀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도해 질타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학내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됐고, 학교 곳곳에는 하교수가 과거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A씨는 하 교수로부터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하 교수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공격을 받게 됐다"며 "오늘로써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같은달 25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진상조사 후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하 교수가 제출한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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