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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냐…실수냐…꼬리무는「격추의문」|첨단 전자장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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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특파원】통신·레이다·사격 통제등 미국에서도 최첨단 수준의 장비를 갖춘 순양함 빈센스호가 어째서 소형 전투기와 대형 여객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무고한 인명을 대량 희생시켰는지는 미국의 전문가들에게도 아직은 불가사의다.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미국방성은 해군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조사의 초점은 이 같은 엄청난 실수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장비를 장착, 척당가격이 무려 10억달러에 이르는 순양함의 장비고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사람 잘못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빈센스호는 보통 이지스순양함으로 불린다. 그리고 페르시아만에 투입된 미국의 유일한 이지스 순양함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의 방패에서 이름을 따온 「이지스」는 이 배가 갖추고 있는 방어·통제시스팀을 총칭하는 명칭이다.
미해군함정에서도 최신예를 자랑하는 이지스의 레이다망은 페르시아만의 전역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감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종전의 어떤 공중 또는 해상감시체제보다도 감시능력이 뛰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물을 동시에 1백개까지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공비행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같은 초고성능 감시체제를 갖춘 순양함을 이 해역에 최근배치한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이란의 실크웜미사일 고정기지가 이번 가을부터 작동할 전망이고 둘째는 이란 전투기들이 내지로부터 대거 연안기지 반다르 아바스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피해 여객기도 반다르 아바스기지에서 이륙했다.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중인 미함대는 이제까지 주로 공중감시체제에 의존해 왔다. 조기공중경보통제기(AWACS)나 해군의 E2C호크아이 비행경고가 그 것이다. 이 같은 기존 감시망에비해 「이지스」가 적전투기 및 해상미사일 탐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이지스」의 심장부는 컴퓨터로 통제되는「전투정보센터」로 알려졌다. 전투정보센터는 순양함의 상갑판이 아닌 중앙부에 위치한다. 작전중 함장은 전투정보센터를 지킨다. 레이다 담당자는 이 센터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 나타나는 물체영상의 위치·방향·속도를 선장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레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아직은 영상에 나타난 비행물체가 무슨 비행기인지를 알려주는 수준에 까지는 안와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이란 여객기가 참사를 당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여객기가 순양함을 향해 정면으로 비행했다는 점이다. 옆으로 비껴 비행하는 방향이었다면 레이다가 크기를 판별할 수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방향 때문에 점으로만 나타났을 것이라는게 합참의장「월리엄·크로」해군제독의 설명이다. 또 레이다에 나타난 이 비행물체는 마치 공격자세를 취하는 것 처럼 고도를 낮추는 것 처럼 보였으며 통상의 민항기 항로를 4마일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 미국방성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텔리비전방송등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설명에 수긍하지 않는다. 도대체 레이다가 A-300에어버스와 F-U를 구분하지 못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F-14에 비해 속도도 느리고 길이도 세배나 되고 무게는 네배가 되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목표물 감시는 레이다에만 의존하는게 아니다. 빈센스호는 비행체가 적군인지 아군인지를 판별하는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육성과 전파 두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전파교신의 경우 민간인 주파와 군용주파를 통해 접근비행체에 전파를 보내 정체를 파악하는데 민간항공기는 이 때 암호로 응신한다.
영국·프랑스등 유럽국가들이 공동제작한 에어버스는 이 같은 교신시설이 갖추어져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호르무즈해협같은 적대지역에서 여객기조종사들은 전세계 민항기들이 공통적으로 의존하는 비상주파1백21·5킬로헤르츠에 맞춰 놓고 비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여객기는 빈센스호가 발신한 전파에 대해 응신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무성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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