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유럽 여행은 처음이지? 핀란드에서 시작해 봐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80호 20면

배 위에서 바라본 항구 도시 헬싱키의 전경[사진 핀란드관광청]

배 위에서 바라본 항구 도시 헬싱키의 전경[사진 핀란드관광청]

핀란드는 북유럽의 관문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 유일하게 직항이 운영된다. 비행시간도 9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다. 항공권 한 장으로 두 나라를 다녀오는 유럽 스톱오버(Stop-Over) 여행을 계획한다면 핀란드야말로 최적의 여행지다. 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머문다는 점에서 스톱오버는 일반적인 환승(Transit)과 다르다. 수도 헬싱키(Helsinki)는 작고 한갓져 이틀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만하다.

거리의 행인 보다 선착장의 배가 더 많아 보이는 헬싱키. 맑은 날엔 뱃놀이를 즐기는 이가 많다. 우지경 여행작가

거리의 행인 보다 선착장의 배가 더 많아 보이는 헬싱키. 맑은 날엔 뱃놀이를 즐기는 이가 많다. 우지경 여행작가

 항구도시를 거닐다 

유럽 스톱오버 여행의 관문 핀란드 헬싱키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한갓진 도심여행 #시장에선 야생 블루베리, 트램에선 맥주? #북유럽 스타일 매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헬싱키는 항구도시다. 발트해를 향해 뻗은 곶과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이 도시를 이룬다. 해안을 따라 자작나무 무성한 공원과 요트가 즐비한 선착장이 이어진다. 구도심도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원로원 광장에서 마켓 광장,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을 아우르는 구도심은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어 ‘역사지구’라 불린다.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카우파토리에는 딸기ㆍ블루베리 등을 소복이 쌓아놓고 판다. 우지경 여행작가

카우파토리에는 딸기ㆍ블루베리 등을 소복이 쌓아놓고 판다. 우지경 여행작가

 역사지구 산책은 마켓 광장에서 시작하면 좋다. 마켓 광장의 본명은 카우파토리(kaupatori). 핀란드어 시장(Kaupa)과 광장(tori)의 조합어로 ‘야외시장’을 뜻한다. 카우파토리에선 이른 아침부터 야생버섯ㆍ산딸기 등을 좌판에 소복이 쌓아놓고 판다. 휘둥그런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자 상인이 잘 익은 블루베리를 건넨다. 핀란드의 숲에서 온 자연의 맛이다. 입 안 가득 새콤달콤한 맛이 번진다.

원로원 광장의 중심에 눈처럼 흰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헬싱키 대성당. 대성당 앞 계단은 ‘광합성’의 명소다. 우지경 여행작가

원로원 광장의 중심에 눈처럼 흰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헬싱키 대성당. 대성당 앞 계단은 ‘광합성’의 명소다. 우지경 여행작가

 카우파토리에서 3분만 걸으면 원로원 광장에 닿는다. 초록색 돔형 지붕을 얹은 헬싱키 대성당을 중심으로 국립도서관, 정부청사 등 유서 깊은 건물이 빙 두른다. 19세기 러시아 점령기에 지은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들이다. 당시 러시아 황제는 핀란드 수도를 투르쿠에서 헬싱키로 옮기고, 헬싱키를 제2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만들려 했다.

원로원 광장과 마켓 광장 사이의 토리 쿼터. 초록색 트램이 지나고 있다. 우지경 여행작가

원로원 광장과 마켓 광장 사이의 토리 쿼터. 초록색 트램이 지나고 있다. 우지경 여행작가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핀란드는 러시아의 흔적을 단장하고 있다. 원로원 광장과 카우파토리 사이의 토리쿼터(Tori Quarters)가 그 예다. 웅장한 건물들을 박물관ㆍ극장ㆍ카페ㆍ가게 등으로 짜임새 있게 채웠다. 프랜차이즈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장인정신을 겸비한 작은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북유럽 인테리어를 한눈에 보여주는 아르텍 매장. 우지경 여행작가

북유럽 인테리어를 한눈에 보여주는 아르텍 매장. 우지경 여행작가

토리쿼터에서 몇 발짝만 가면 헬싱키 시민의 쉼터 에스플라나디 공원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원 양옆 도로를 따라 핀란드의 디자인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다.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가구ㆍ조명 매장 아르텍(Artek), 60년 전통의 나무 액세서리 브랜드 아리카(Aarikka), 핀란드 국민의 70%가 소장한다는 사보이 화병으로 유명한 이딸라(iittala) 등 둘러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한다. 안목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트램 타고 헬싱키 한 바퀴

시벨리우스 공원에는 무게 24t의 은색 파이프 600개로 이뤄진 기념비가 있다. 조각가 에이라 힐투넨의 작품으로 무려 6년에 걸쳐 제작했단다. 우지경 여행작가

시벨리우스 공원에는 무게 24t의 은색 파이프 600개로 이뤄진 기념비가 있다. 조각가 에이라 힐투넨의 작품으로 무려 6년에 걸쳐 제작했단다. 우지경 여행작가

헬싱키 구석구석을 둘러볼 땐 트램이 요긴하다. 트램을 타고 역사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도 호수와 공원이 빚는 수채화 같은 풍경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특히 세계적인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를 기념하는 시벨리우스 공원은 부러 갈 만하다. 은색 파이프 600개로 이뤄진 기념비와 시벨리우스의 흉상이 햇살 아래 반짝인다. 공원 산책 후엔 근처 카페 레가타(Regatta)에서 쉬어가기 좋다. 백 년이 넘은 오두막을 개조한 카페다. 카페 앞 호수에선 조정 경기가 펼쳐진다. 야외에 앉아 커피와 시나몬 롤을 맛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화려한 치장 없이 오직 자연과 빛으로 채워진 암석 교회. 볼수록 신비롭다. 우지경 여행작가

화려한 치장 없이 오직 자연과 빛으로 채워진 암석 교회. 볼수록 신비롭다. 우지경 여행작가

 템펠리아우키오(Temppeliaukio) 교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화강암 바위로 만들어 암석 교회로 통한다. 입구에서 경주 천마총을 떠올린 것은 암반을 깎아내고 그 속에 교회를 만든 독특한 설계 덕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돔형 천장 아래 울퉁불퉁 천연 암석 벽 유리창이 파도처럼 능선을 이루고 있다. 금빛 치장이나 성화 한 장 없다. 그저 창 너머로 그윽한 햇살이 쏟아질 뿐이다. 마침 3001개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가 시작됐다. 어느새 암석 교회 안은 묵직한 울림으로 가득 차오른다.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펍 트랩에 오르면 맥주를 홀짝이며 헬싱키 시내를 구경할 수 있다. 우지경 여행작가

펍 트랩에 오르면 맥주를 홀짝이며 헬싱키 시내를 구경할 수 있다. 우지경 여행작가

 헬싱키에는 음주 전용 빨간 트램도 있다. 핀란드 맥주회사 ‘코프(Koff)’가 운영하는 1량짜리 펍 트램(Pub Tram)이다. 실제 트램 철로 위를 40분간 달린다. 입장료를 내고 탄 다음 맥주는 사 마시면 된다. 트램 안에 화장실도 있다. 리스본ㆍ빈ㆍ프라하 등 트램으로 유명한 도시에서도 ‘펍 트램’은 들어 본 적 없다. 주저 없이 펍 트램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느린 속도 덕분인지 풍경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승객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덩달아 경쾌하게 맥주잔을 부딪쳐 본다. 짧은 스톱오버 여행의 피날레로 이보다 좋은 마무리가 또 있을까.

 글·사진=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여행정보=인천공항에서 헬싱키 반타공항까지 핀에어가 직항을 운영한다. 핀에어를 이용해 스톱오버를 하면 최대 5일까지 추가 요금 없이 핀란드에 머물 수 있다. 핀란드가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화폐는 유로를 쓴다(1유로-약 1300원). 물가는 비싸지만 ‘물값’ 들어갈 일은 없다.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니 물병만 챙겨가자. 헬싱키에서 생수 사 먹는 사람은 다 외국인이다. 핀란드의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선글라스·안대 등을 챙겨 백야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지경 여행작가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를 발견할 때 희열을 느끼며 여행을 되새기는 일을 사랑한다. 『포르투갈 홀리데이』 『오스트리아 홀리데이』 『타이완 홀리데이』 『홍콩 홀리데이』를 공저로 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