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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오염 갈수록 심해진다…미세먼지 겹치면 더 해로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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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경기일부 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해 5월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오존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서울을 비롯한 경기일부 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해 5월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오존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오존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과 경기도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올해 전국에서 처음 발령된 것이다.

지난해 전국 첫 오존주의보가 4월 30일 울산·경남에서 발령된 것과 비교하면 11일 이른 셈이다.
특히 4월 10일에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2009년 이후 가장 이른 발령이기도 하다.
오존주의보는 20일에도 이어졌다. 세종시와 경기도 남·북·중부권, 충북 청주, 전북 완주, 전남 순천, 경남 밀양·양산 등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58일에 걸쳐 모두 276회 발령

2016년에는 전국에 241회, 지난해에는 276회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수원·용인 등 경기도 19개 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2016년 6월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인근 전광판에서 주의보 발령 사실을 알리고 있다. [뉴스1]

2016년에는 전국에 241회, 지난해에는 276회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수원·용인 등 경기도 19개 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2016년 6월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인근 전광판에서 주의보 발령 사실을 알리고 있다. [뉴스1]

20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오존주의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는 시기는 점차 앞당겨지고, 발령일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이다.
2005~2013년에는 첫 오존주의보가 4월에 발령된 것은 2009년과 2008년 4월 25일 두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2014~2018년에는 2016년 5월 5일을 제외하면 첫 오존주의보가 모두 4월에 발령됐다.

연도별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도 2005~20012년에는 전국에서 52~101회였으나, 2013년에는 158회로 대폭 늘어났다.
또 2014년에는 129회, 2015년 133회로 주춤했으나, 2016년에는 241회, 지난해에는 276회로 급증했다.

오존주의보는 같은 날 전국 여러 지역에서 발령되는데, 중복 발령된 것을 고려해 전국에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날짜 수(발령일수)를 따졌을 때도 심각성은 드러난다.
지난해의 경우 4월 30일부터 9월 24일 사이에 총 58일에 걸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2016년에는 발령일수가 55일이었다.
2005~2011년 동안에는 평균 발령일수가 23.9일이었으나, 2012~2017년에는 40.7일이나 됐다.

증가하는 오존 농도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높고, 바람도 잔잔한 날에는 오존 생성이 활발하고 잘 흩어지지 않아 오존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 프리랜서 공정식 ]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높고, 바람도 잔잔한 날에는 오존 생성이 활발하고 잘 흩어지지 않아 오존주의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 프리랜서 공정식 ]

주의보 발령이 잦은 만큼 오존 농도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서울의 연평균 오존 농도는 2005~2011년에는 0.017~0.021ppm이었다.  2012~2017년에는 0.021~0.0.25ppm으로 높아졌다. 서울의 5월 오존 농도만 봐도 2005~2011년에는 0.025~0.033ppm이었지만, 2012~2017년에는 0.033~0.041ppm으로 차이가 난다.

이와 함께 우려스러운 것은 오존 오염의 지속기간이다. 과거에는 오존주의보가 간헐적으로 발령됐지만, 최근에는 주의보가 4~5일씩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우 6월 15~23일에는 9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연속으로 혹은 번갈아 가며 오존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동종인 교수는 "오존은 보통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면 생성되는데, 요즘처럼 봄이 실종되고 겨울에서 바로 여름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오존 오염이 갑작스럽게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은 질소산화물 포화 상태

2016년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에 참여한 미국 관측용 항공기 내부 모습.[국립환경과학원 제공=연합뉴스]

2016년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에 참여한 미국 관측용 항공기 내부 모습.[국립환경과학원 제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오존 오염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은 재료가 되는 질소산화물 등을 제대로 줄이지 못한 탓"이라고 말한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화력발전소 등에서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서울의 이산화질소 연평균 농도는 2007~2008년 0.038ppm에서 2016~2017년 0.030ppm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아직은 높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6년 5~6월 한국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문가들이 실시한 공동조사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에는 질소산화물이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오존 오염의 발생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도 2차 수도권대기질 개선대책에서 2024년까지 이산화질소 농도를 0.021 ppm까지 낮추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탓도 있지만, 중국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세먼지까지 겹치면 인체에 더 해로워

오존주의보가 내린 날 서울의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오존 농도까지 높아지면 인체에 더 해롭다는 지적이 나온다.[중앙포토]

오존주의보가 내린 날 서울의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오존 농도까지 높아지면 인체에 더 해롭다는 지적이 나온다.[중앙포토]

동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봄철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존 농도까지 상승하면 건강에 훨씬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가 호흡기에 붙은 상태에서 기체상 오염물질인 오존이 공격할 경우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층권의 오존층은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지구 생명의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지표면 근처에서는 사람 건강을 해치는 오염물질이다.
수돗물 소독에도 사용되는 강력한 산화제이기 때문에 오존에 노출되면 눈·호흡기가 따가워진다. 만성 호흡기 질환에 걸리고 천식·폐기종이 악화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조기 사망으로 이어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 연구’ 보고서(2012년)를 통해 “1999~2009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하루 사망 위험이 0.79~1.12% 증가했다”며 “오존 농도가 똑같이 상승해도 기온이 높을 때는 사망 발생위험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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