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5년간 4번 엇갈린 판결…원세훈 징역 4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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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2013년 6월 기소된 후 4년10개월 만의 결론이다.

대법, 선거법 위반 유죄로 인정 #“불법 정치관여, 선거운동 지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원 전 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쟁점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찬양·지지하거나 비방·반대한 활동을 집단·동시다발적으로 했다”며 “사이버팀의 활동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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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원장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보기관으로서 업무체계 등을 종합하면 원 전 원장은 사이버팀 직원들과 순차 공모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급심에서 논란이 됐던 각종 증거(선거법 위반 근거가 된 일부 증거들)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의원들이 2012년 12월11일 인터넷에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35시간 동안 대치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원 전 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도중 윤석열(현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항명 파동’ 여파로 수사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재판은 1·2심과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까지 모두 5번에 걸쳐 진행됐다. 재판부마다 판단도 계속 달랐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어 2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용한 ‘425 지논’ ‘씨큐리티’ 이름의 파일과 트위터 활동 계정 등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이 맞다”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원장을 다시 법정 구속했다. 당시 고법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425 지논’ ‘씨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하지만 검찰이 재판 막바지에 제출한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을 선거개입의 증거로 판단해 실형을 선고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과정에서 원 전 원장 사건 재판의 진행 방향을 놓고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사전에 교감을 나눴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일훈·문현경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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