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찐 사람보다 마른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18일 공개했다. 만 18~74세 한국인 5905명의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와 삶의 만족도, 자살 위험 등을 비교 분석했다. 한국인 BMI와 자살 관련 행동의 상관성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팀 분석 #저체중군 10명 중 8명 젊은 여성
연구팀은 조사 대상에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지 ▶매일 스트레스를 얼마나 경험하는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저체중군(BMI 18.5 미만)이 자살을 실제로 시도할 가능성이 정상체중군(BMI 18.5~22.9)의 2.4배에 달했다. 자살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비율은 1.6배였다. 비만인 그룹(BMI 25 이상)은 정상체중군의 1.3배였다. 마른 사람보다는 덜 위험한 상태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마른 사람이 나빴다. 저체중군은 정상체중군에 비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가능성이 1.7배 컸다.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도 1.3배다. 저체중군 10명 중 8명은 젊은 미혼 여성이었다. 실제로는 마른데도 스스로 살이 쪘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비만인 사람이 저체중군에 비해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은 반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고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마른 몸매가 성공적인 자기 관리로 여겨지면서 금식·구토·과도한 운동 같은 부적절한 살빼기가 성행한다. 저체중 자체가 일상의 스트레스이자 우울감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영문학술지 ‘정신 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