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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 1조 뭉칫돈…코스닥 벤처펀드 불안한 쏠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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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스닥 펀드 인기가 뜨겁다. 지난 5일 출시 후 9일 만에 코스닥 벤처펀드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코스닥’ ‘벤처’ ‘중소형’ 이름을 단 펀드가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공모주 30% 우선 배정 등 혜택 #가파른 코스닥 지수 상승도 한몫 #코스닥 관련 펀드는 고위험군 상품 #편입 종목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신규로 설정된 펀드(공시 대상 펀드 기준) 168개 가운데 14개(8.3%)가 코스닥 벤처, 중소형 펀드다. 정부 세제 혜택 대상인 7개 코스닥 벤처펀드를 제외하고도 7개 코스닥 펀드가 최근 한 달 사이 새로 선보였다.

전체 펀드 가운데 10% 미만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설정된 391개 펀드 가운데 코스닥 관련 펀드는 단 1개(0.3%)에 불과하다. 1년 전만 해도 대형주 펀드 인기에 밀려 코스닥 펀드는 찬밥 신세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00만원 소득공제, 공모주 30% 우선 배정 혜택으로 무장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5일 출시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코스닥 펀드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올 초부터 코스닥 펀드 시장에 자금 유입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 통계를 보면 올 들어 17일까지 코스닥 상장 기업 중심의 중소형 주식형 펀드에 5406억원이 순유입(유입-유출)됐다. 2015년(순유입 1조7511억원) 반짝했다가 2016년(-2943억원), 지난해(1665억원) 주춤했던 중소형 펀드 인기가 올해 다시 살아났다.

가장 큰 이유는 코스피를 압도하는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다. 최근 1년 사이(17일 기준) 코스닥 상승률은 45.07%에 이른다. 코스피 전체(15.11%)는 물론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200지수(13.65%)도 따라잡지 못할 성적이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 코스피를 앞지르면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관련 펀드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관련 펀드 출시가 급증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세제 혜택이 더해진 ‘신상품’ 코스닥 벤처펀드가 반사 이익을 봤다.

전문가는 정부의 코스닥 벤처 지원정책 기조가 뚜렷하고 투자 자금 유입세도 이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신현호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코스닥 벤처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의 영향에 따라 코스닥 관련 펀드가 주목받는 지금의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코스닥 시장 자체가 변동성이 큰 시장이란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관련 펀드는 금융 상품 가운데서도 고위험군에 든다. 같은 코스닥 주제 펀드라고 해도 어떤 종목을 담느냐, 어떤 운용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펀드별로 수익률 차이가 많이 난다. 대형주와 달리 종목별, 업종별로 업황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코스닥 펀드 수익률’ 공식도 잘 통하지 않는다.

투자자 기대와 달리 최근 중소형 펀드 수익률도 변변찮다. 최근 한 달 사이(17일 기준) 코스닥 지수는 0.28% 올랐다. 하지만 KG제로인에 따르면 중소형 펀드(주식형 펀드 기준)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45%로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누렸던 지난 1년 수익률을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닥 지수가 45.07% 급등했지만 중소형 펀드 수익률은 16.01%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코스닥 벤처란 한 영역으로 묶이긴 했지만 코스닥 펀드 특징에 따라 편입 종목, 자산, 운용 전략에 따라 펀드별 수익률 편차가 클 수 있다”며 “가입 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선택할 때 과거 얼마나 잘 운용해 왔는지, 어떤 운용 전략을 갖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잘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호 부장도 “과거 공모주 펀드는 채권 혼합 형태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썼지만 이 코스닥 벤처펀드는 기본 충족 요건이 있기 때문에 그 전략을 그대로 쓰긴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공모주 펀드보다는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가 선택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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