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SUV 처분한 여동생 입국…인천공항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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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 모녀의 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최종권 기자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 모녀의 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최종권 기자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충북 증평 A씨(41ㆍ여)의 저당 잡힌 SUV 차량 처분 사기 사건과 관련, 언니를 대신해 이 차를 팔자마자 출국한 여동생 B씨(36)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A씨와 B씨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B씨를 18일 오후 8시 45분쯤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B씨를 청원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한 뒤 19일부터 조사할 예정이다. 괴산경찰서에는 수감 시설이 없다.

여동생은 지난 1월 2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았고 언니의 도장과 차량 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C씨를 만나 저당권이 설정된 언니의 SUV 차량을 1350만원에 팔았다. 이 차는 캐피탈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B씨는 차를 팔 때 언니의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차를 판 다음 날인 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경찰은 B씨가 차량 매각대금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이런 이유로 여동생을 A씨 모녀 사망 원인과 차량 매각 경위를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자진 출석을 요구해왔다.

매매상 C씨는 “B씨가 압류를 풀지 않고 연락도 안 돼 그가 남긴 카카오톡을 살펴보니 엉뚱하게도 언니 가족의 사진이 나와 B씨가 차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숨진 A씨의 전화를 사용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A씨와 B씨를 같은 달 12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카카오톡을 통해 지난 11일 자진 출석하겠다고 했다가 출석하지 않은 A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이틀 뒤 발부받았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차량 매각 경위와 A씨 통장에 입금된 차량 매각 대금을 인출해 사용했는지, 언니가 숨진 뒤 차량을 팔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로코 총영사관으로부터 ‘B씨가 귀국한다’는 연락을 받고 조사관을 인천공항에 보내 체포했다”고 말했다.

A씨 모녀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모녀가 생활고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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