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마라토너의 기적...日 가와우치, 보스턴마라톤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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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 기자

제122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일본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 [AP=연합뉴스]

일본인 공무원 마라토너가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가와우치 유키(31)는 17일 열린 제122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15분58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열린 레이스에서 가와우치는 1987년 이후 31년만의 남자부 일본인 우승자로 기록됐다.

122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일본의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 [로이터=연합뉴스]

가와우치는 일본 사이타마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사무직원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알려져있다. 고교 시절에 아마추어 복싱을 하다가 육상을 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고 부상까지 겹체 대학 진학 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마라톤을 했다. 그러나 성적은 수준급 마라토너 못지 않았다. 2011년 2월 도쿄 마라톤에서 2시간8분37초를 기록해 2시간10분 벽을 깨면서 3위에 올랐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땐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사이타마현청은 사내 육상회를 조직해서 일본육상협회에 정식 등록을 했고, 이 소속 선수로 가와우치는 뛰고 있다.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우승을 차지한 뒤 그의 유니폼엔 사이타마현청(埼玉県庁)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있었다.

제122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남녀부 정상에 오른 가와우치 유키(왼쪽)와 데시레 린넨. [AP=연합뉴스]

가와우치는 "(끝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춥고 비오는 날씨가 내겐 최고의 컨디션이 됐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일본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도 그의 우승에 찬사를 보냈다. NBC스포츠는 "일본에선 그를 두고 '시민 러너(citizen runner)'라고 부른다. 그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충격적인 우승자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여자부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데시레 린넨(34)이 2시간39분54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했는데, 1985년 리사 라르센 웨이덴바흐 이후 33년만의 미국인 여자부 우승자로 기록됐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