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추적] 의정부 여자친구 연쇄살인…사실로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한 30대 남성에 의한 여자친구 연쇄살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A씨(20·여)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타지에서 생활하는 딸이 연락이 안 되고, 주변 소식도 안 들린다”라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이 폐쇄회로 TV(CCTV) 등을 분석한 결과 A씨는 지난해 7월 13일 자신의 집 근처에서 마지막 모습이 확인된 뒤 실종됐다. A씨는 실종될 무렵 B씨(30)가 운영했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며 B씨와 사귀었다.

“전 여자친구 험담해서 살해” #여친 살해 혐의 30대 자백 #여친 2명 잇따라 살해 확인 #남성, 여친 살해 혐의 수감

경찰은 당초 A씨가 2000여 만원의 채무가 있는 점과 A씨를 실종 신고 이후에도 본 것 같다는 동네 주민의 증언 등을 토대로 A씨가 단순 잠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A씨의 전 남자친구 B씨가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서울에서 검거되면서 수사의 방향이 전환됐다.

B씨는 지난해 12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여자친구 C씨(23)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C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구속된 것. B씨는 당시 A씨 실종사건과 관련한 혐의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경찰은 B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그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수상한 점을 발견해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지난 2월부터 수색작업을 벌였고, 지난달 13일 오후 60㎝ 깊이로 매장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의 시신은 여름옷을 입은 상태에서 절반 정도 부패한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A씨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렌터카를 빌려 시신이 발견된 곳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지난해 7월께 A씨의 명의로 렌터카를 빌린 것을 확인됐다. 특히 렌터카를 반납할 당시 스팀 세차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살인의 흔적 지우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력한 용의자인 B씨는 A씨의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 당초 강력하게 부인했다. 심지어 구치소에서 경찰의 접견조사까지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감자 신분인 B씨가 접견을 거부해 아무리 살인사건 용의자라도 규정상 경찰은 B씨를 만날 수 없었다. B씨가 계속 조사를 거부해 A씨 살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2일 살인 등 혐의로 B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해 범행 여부와 동기 등에 대한 자백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 연인에 대해 험담해서 살해했다”며 자백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뇌출혈로 숨진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며 슬픔을 호소했는데, 공감하기는커녕 험담만 해서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마크. [중앙포토]

경찰 마크. [중앙포토]

B씨는 당초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형사가 제시한 당시 정황 증거는 인정하면서도 혐의에 대해 “진술하지 않겠다”라며 버텼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명백한 증거를 계속 제시하자 결국 혐의에 대해 시인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범행 당일 인천에서 빌린 렌터카를 A씨와 함께 타고 포천의 한 야산으로 가 트렁크에서 미리 준비해뒀던 둔기를 꺼내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돈 문제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그런 사람 아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2000여 만원을 대출받았고, 현재 이 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B씨가 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B씨는 지난해 뇌출혈로 숨진 전 연인 D씨(23·여)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그 죽음과 나는 관계가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D씨가 진료받았던 병원의 진료 기록 등을 확보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범죄로 의심될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내주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의정부·포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