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박근혜 전 대통령 죽어서 나오란 거냐", 文 "나도 안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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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독 회담이 13일 전격 성사됐다.

홍 대표는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즉답은 없었지만, 김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담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20분 동안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45분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이었고,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내용은 1분이었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홍 대표는 김 원장 문제를 포함해 ▲북한에 1년 내 리비아식 핵폐기 요구 ▲한미동맹 강화 조치 ▲완전한 핵폐기 전 대북제재 완화 금지 ▲대통령 발의 개헌안 철회 ▲정치 보복성 수사 중단 ▲대통령의 지방선거 중립의무 이행 ▲경제 파탄의 책임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해임 등 8가지를 요청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MB(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정치보복은 이제 그만해줬으면 한다. 대통령 잡아넣고, 비서관ㆍ행정관ㆍ장차관 잡아넣고 이런 식으로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만 보더라도 뇌물 사건인데 추징금이 0원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 나이가 66세인데, 24년 살면 90세다. 그럼 죽어서 나오란 말이냐”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된 건 나도 안타깝다. 정치보복 문제는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강효상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날 회담은 전날 청와대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남북문제에 한정한 회담을 요구했지만 홍 대표가 국내정치문제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했고, 청와대가 다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하면 1939년 9월 뮌헨회담처럼 회담 이후에 남북문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뮌헨회담은 1939년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드 할양 요구를 협의하기 위해 독일 및 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 4개국이 연 정상회담을 말한다. 회담 결과 수데텐란트는 무혈로 독일에 돌아갔다. 회담을 주도한 영국은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했으나, 독일은 전략상 유리한 발판을 토대로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다. 대(對)독일 유화정책의 정점으로 유명하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이 안 될 경우 다음 단계가 뭐냐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위험한 도박”이라며 “차라리 긴장 상태로, 대북제재를 해서 (북한이) 손을 들게 하고 핵 폐기 절차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회담을 제안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5자회담을 해도 되는데 굳이 왜 (단독회담을) 제안했을까, 그리고 왜 대통령께서 40분 동안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만 말했을까는 여러분이 한번 판단해보기 바란다”며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제1야당 대표를 부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있을 때 회담제의가 왔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마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청와대 회동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마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청와대 회동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홍 대표는 회담 결과에 대해 “5자회담 때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고, 서로의 입장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족이라기보다 제가 할 말은 다하고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추경에 협조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추경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와 의논해보겠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형식적으로는 당 대표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협조를 구하면서 내용으로는 김기식 금감원장을 구하기 위한 정국 전환 꼼수였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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