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분담금 협상서 '전략자산 전개비용' 부담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회의 시작 전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회의 시작 전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11~12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2차 회의에서 대(對)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일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공정한 부담’을 주장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한국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할 문제 아냐" #당국자 "미국 원하는 액수, 우리와 간극 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의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 문제가 거론됐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고, 한국 측은 해당 비용은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할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안보 무임 승차국’으로 지목하고 분담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는 지난달 대중 연설에서는 “군인들(주한미군)이 한국의 국경선을 지키고 있지만, 그 비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의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거론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략자산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B1-B 폭격기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한국의 안보만을 위한 조치는 아니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도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협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한·미가 결정했고, 사드 기지가 한국에 세워진 이상 기지의 보수나 유지 등에 있어 군수지원 항목으로 포함할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국방 당국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혐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번 협의에서 향후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 액수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미국 측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반영해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제시한 액수에 대해 “(우리 측이 원하는 액수와)좁혀야 할 간극이 크다”고만 말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약 2조원으로 추산되며 한국의 올해 부담액은 9602억원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최소 1.5배 증액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차 회의에서 서로 입장을 교환하면서 상대방의 설명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이번 2차 회의에서 그런 부분이 논의됐다. 우리는 우리 측 기여가 많다는 것을 미국이 인식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양측 대표단은 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10일 평택 미 8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 해외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한국이 조성 비용 약 100억 달러 중 92%를 부담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과 캠프 험프리스를 찾았다.

양국은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9차례 특별협정을 맺어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정했다. 2014년 타결된 9차 협정은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며, 현재 연내 타결을 목표로 10차 협상이 진행 중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