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랑천에서 갑자기 물보라 치는 이유…'잉어떼 산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중랑천. 강안 수초 옆에 어른 팔뚝보다 굵은 잉어 10여 마리가 모여 있다. 수심 10∼20㎝ 야트막한 강이어서 물 바깥으로 잉어의 몸통이 절반가량 드러나 보였다.
잉어떼는 대열을 이룬 채 일제히 몸을 밀착시킨 채 한자리에 가만히 머물렀다. 이내 잉어떼가 몸을 서로에게 비비듯이 하면서 급격히 빠른 속도로 몸을 비틀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큰 물보라가 일어났다.

잉어떼 상류 수초지대서 집단 산란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마리 모여 #일제히 몸통 뒤틀며 방정하는 장관 #산책객들 스마트폰 꺼내 기념촬영 #이달 말 본격적인 집단 산란 예상

배 부위가 노란빛을 띤 암컷 한 마리는 몸을 거의 뒤집다시피 하며 몸을 퍼덕였다. 그 옆에서는 거무스름한 빛을 띤 수컷 잉어들도 정확히 때를 맞춰 몸을 뒤틀었다. 이에 급격한 물보라가 2∼3초간 일었다. 암컷이 알을 낳음과 동시에 옆에 달라붙어 있던 수컷 무리가 방정을 하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산란이 이뤄졌다.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잉어떼가 집단으로 산란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곧이어 다시 잉어떼가 같은 자리에 모여들었다. 이후에도 작은 물보라가 수차례 일어났다. 주변 하천에서도 여기저기서 잉어 무리가 모여 있고, 물보라가 이어졌다. 지나던 산책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한 산책객은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인근 수심 10㎝ 정도의 야트막한 지점에서는 잉어가 무리 지어 배를 바닥에 끌다시피 하며 상류로 서서히 거슬러 올라갔다. 올라가다 힘이 들면 잠시 쉬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의정부 중랑천에서는 2008년부터 낚시가 금지되고, 수질이 개선되면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잉어떼가 돌아왔다. 올해의 경우 봄철 이상 고온으로 예년보다 보름가량 이른 이달 초부터 잉어가 한두 마리씩 상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의정부시 중랑천. 전익진 기자

의정부시 중랑천.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암컷ㆍ수컷 잉어떼가 집단 산란을 위해 무리지어 모여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암컷ㆍ수컷 잉어떼가 집단 산란을 위해 무리지어 모여 있다. 전익진 기자

국립수산과학원 이완옥 박사는 “잉어는 평소 다소 수심이 깊은 곳에서 살지만, 산란 철에는 수온이 높고 알을 붙일 수 있는 수초 지대가 있는 하천 상류의 얕은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잉어는 번식을 위해 동물 등에게 잡혀 먹을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얕은 곳으로 올라가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잉어는 수온이 섭씨 16도까지 오르면 산란을 위해 상류로 이동을 시작한다”며 “잉어가 산란하기 딱 좋은 섭씨 18∼20도로 수온이 오르는 이달 말에는 잉어떼가 일제히 상류로 올라가 산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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