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리아 참상 ‘미국 vs 러시아’ 대결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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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리아 군사행동 예고에 러시아 “중대한 파장 초래” 맞짱

시리아 정부군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동구타 지역의 한 마을에서 최소 70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동구타 지역의 한 마을에서 최소 70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행동을 예고하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중대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오후 시리아 사태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또 이런 입장을 “유의미한 채널”을 통해 미국에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과 이를 지원한 러시아의 승리로 정리되려는 막바지에 이르러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에 불이 붙은 것이다. 시리아 철군을 검토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꾸며, 시리아 참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네벤쟈 대사는 또 “화학 무기 공격은 없었다”고 부인하며 “화학무기감시그룹이 시리아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향한 계속된 비방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곧 군사행동을 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7일 시리아 정부군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반군의 거점인 동구타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최소 70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공격에는 염소가스 폭탄과 신경작용제를 포함한 화학무기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공격 주장은 반군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고 분노를 쏟아내고 “우리는 (군사행동 관련) 결정을 빨리 내릴 것”이라고 밝히며 '시리아 사태'는 중대 변환점을 맞게 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또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군사행동을 암시했으며,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그 어느 쪽이든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응수했다. “전 세계가 정의를 지켜보는 순간에 도달했다”는 말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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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뿐 아니다. 유럽 여러 나라가 시리아 정부를 비호하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직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으로 러시아와 맞붙고 있는 영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만약 (화학무기 공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아사드 정부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일이 될 것이고, 러시아를 포함해 (아사드 정부를) 후원하는 이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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