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집 찾아갔던 정의용, 강경파 볼턴은 어떻게 뚫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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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임기가 9일(현지시간) 시작되면서 한국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새로운 핫라인이 언제 가동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볼턴이 업무를 시작하면) 아마 연락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은 볼턴이) 정식 임명이 아니라서 직접 업무 차원에서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볼턴은 조만간 첫 전화 통화를 갖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중앙포토]

존 볼턴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중앙포토]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정 실장과 볼턴 간 공조체계 구축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가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핵심 의제이기 때문에 양측이 북핵 로드맵을 사전에 긴밀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또 볼턴이 북한 선제공격론을 앞장서 주장한 대북 강경파인 만큼 백악관 내 대북 기류가 변화가 있는지 살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정 실장은 전임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는 핫라인을 통해 긴밀히 소통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 조율차 워싱턴을 방문한 정 실장은 당시 논란이 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맥매스터와 그의 자택에서 5시간 여 마라톤협상을 벌이며 서로 신뢰를 쌓았다. 이후 두 사람은 거의 매일 통화하듯 하며 북한 미사일 도발 등 한미 현안을 관리해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했을 당시에도 두 사람이 함께 백악관에서 발표문을 조율했다.

 볼턴의 대북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 실장과 볼턴 모두 각자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있는 최측근 참모란 공통점 때문에 신뢰 구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으로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두루 관리해 온 정 실장을 발탁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 대선 때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해왔다.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직후 지난달 22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 실장이 방미해 볼턴과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되고 나서야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한미 정상회담을 할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북미가 직접 접촉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북미 접촉이 잘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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