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라더니 … '봄데'는 춘래불사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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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롯데의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패전 후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인 롯데 선수들. [부산=연합뉴스]

롯데의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패전 후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인 롯데 선수들. [부산=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한 때 ‘봄데’로 불렸다. 시즌 개막 직후인 봄(3~5월)에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즌 중반 이후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롯데 야구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달랐다. 봄철 부진을 한여름(8월) 돌풍으로 만회하며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승11패 최하위 … 선두와 7.5G 차 #투타 엇박자, 주전 부상까지 겹쳐

올해도 ‘봄데’는 없다. 그런데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다. 13경기를 치른 9일 현재 롯데는 2승 11패(승률 0.154)로 최하위다. 1위 두산(9승 3패)과는 벌써 7.5경기 차로 벌어졌다. 공동 8위 LG·삼성(4승 8패)과의 승차도 3경기나 된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대가가 크다. 롯데는 개막 후 7연패를 당했다. 손 쓸 틈도 없이 추락했다. 지난 1일 부산 NC전에서 7연패를 끊었지만, 그 이후 곧바로 3연패를 당했다. 지난 주말(6~8일) LG와 홈 3연전에서도 1승(2패)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롯데는 올 시즌 가장 먼저 10패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10패를 기록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09년 롯데가 마지막이다. 당시 롯데는 6승 10패로 출발했지만, 4위로 시즌을 마치고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롯데는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혔기에 최하위 추락이 더 충격적이다. 타선이 터지는 날엔 투수진이 부진하고, 투수진이 잘 버티면 타선이 침묵한다. 연패를 당하는 하위권 팀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롯데는 팀 타율(0.251)과 평균자책점(6.63) 모두 10개 구단 가운데 10위다.

선발투수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승(6패)을 올린 박세웅이 개막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베네수엘라)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0(9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3경기에 나와 2패, 평균자책점 11.37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 2년차 윤성빈(1승 1패, 4.20)이 지난 7일 LG전에서 팀내 유일한 선발승을 거뒀고,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1패, 평균자책점 2.75)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차례를 기록했을 뿐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7.10으로 최하위다. 지난해 세이브왕(37개) 손승락은 1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이 16.88이다.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의 공백도 크다. 나원탁·나종덕 등이 시즌 초반 번갈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김사훈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타선에서는 타율 0.354인 손아섭이 고군분투하지만 역부족이다. 4번 타자 이대호가 타율 0.245에 홈런 1개로 잠잠한 가운데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까지 타율 0.200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넥센에서 이적한 채태인도 타율이 0.200에 머물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까지 불거진다면 롯데는 올시즌 반등을 노리기 어렵다. 80억원(4년)을 주고 영입한 외야수 민병헌은 지난 8일 LG전 도중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됐다. 신인 3루수 한동희도 몸에 맞는 볼로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롯데는 이번 주 넥센(7승 7패)과 KIA(8승 5패)를 차례로 만난다. 탈꼴찌를 노리지만 현재의 전력으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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