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창문 '#ME TOO' 통했다…서울 용화여고 감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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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페이스북 캡처]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페이스북 캡처]

학교 건물 유리창에 ‘미투'(#ME TOO)’ 문구를 만들어 붙여 화제가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9일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자체 설문조사를 하고 졸업생들이 재학시절 이 학교 남자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폭로하고 해당 교사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졸업생들의 민원에 따르면 이 학교의 남자 교사 4명은 수업 도중 성적으로 불쾌한 발언을 일삼고, 학생의 엉덩이나 가슴을 툭툭 치거나 입술이나 볼에 입을 맞추는 일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일부터 해당 학교에서 전교생 1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시교육청의 조사 과정에서 졸업생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포스트잇을 이어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등의 문구를 만들어 학교 창문에 붙여 화제가 됐다. 문구를 붙이는 도중에 상당수 학생이 그간 남자 교사에게 당했던 성폭력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재학생들은 “졸업생 언니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듣고 교사들의 성폭력·성추행을 더는 묵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학교 창문에 붙인 대형 ‘#ME TOO’ 문구와 별도로, 교내 곳곳에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 ‘NEVER FORGET’ ‘해방 용화’ 등 그간 교사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분노와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글을 포스트잇에 써붙였다.

재학생들의 이 같은 행동에 학교 측은 교내 방송을 통해 “포스트잇을 떼라”고 지시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사와 학생은) 가족 같은 관계이고, 아직 밝혀진 것도 없는데 왜 이런 것을 붙이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교내 곳곳에는 교사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분노와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페이스북 캡처]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교내 곳곳에는 교사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분노와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페이스북 캡처]

재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금껏 교사들의 성추행에 대해 학생·학부모가 항의하고 신고해도 학교 측이 은폐하고 모른 척 해왔다”면서 “학교 측은 어떻게든 덮으려고만 하고, 피해를 본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 지장이 갈까 봐 결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성영 용화여고 교감은 “성추행 등으로 수업에서 배제된 교사들이 최근까지 담임을 맡았던 학급을 오늘 오전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교내방송으로 전교생에게도 시교육청 조사 과정을 소상히 알리고 사과했다”면서 “곧 학부모 총회를 열어 학부모님께도 고개 숙여 사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잘못에 대해 은폐·축소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교감은 “일단 성희롱 사건이 신고되면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경찰서에 알리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교사 성희롱에 대해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SNS를 통해 고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SNS를 통해 고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교육청은 “졸업생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교사 4명과 전교생 설문조사를 통해 추가로 가해 사실이 제보된 교사 1명 등 5명의 교사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를 통해 가해 사실이 확인된 교사 2명은 수업에서 배제했다.

또 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더 많은 가해 사례가 있는지, 학생·학부모의 민원에 대해 학교 측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가해 사실이 확인된 교사에 대해서는 징계 및 엄중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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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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