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등판 앞두고 ‘박근혜 감싸기’ 나선 홍준표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4년형 선고가 내려진 6일,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돈 1원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라며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7일엔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주를 마녀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며 “어제 재판에서 가장 가슴 섬뜩하게 느낀 사람은 지금 관저에 있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김현 대변인은 8일 “홍 대표 말대로 공주를 마녀로 만든 정치재판이라면, 유죄로 인정된 16개의 범죄혐의를 모두 부인하겠다는 것이냐”며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때는 언제고, 왜 또 이제 와서 박 전 대통령을 감싸는지 얼토당토 않은 분”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홍 대표는 판결문을 보고도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것이 과연 제 정신인지 의심스럽다. 결국 대통령 탄핵도 부당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처럼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편들기에 나서자 한국당 내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등판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한 측면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태극기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며 강한 보수적 색채를 보여왔던 김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그간 절연하다시피했던 박 전 대통령을 일정 부분 끌어안는 모양새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어차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상, 홍 대표로선 확실한 보혁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전 지사는 10일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5일 “이번 선거는 양강 구도다. 안철수는 나와도 3등”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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