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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옐로스톤에 캐나다 늑대를 들여온 사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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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32면

책 속으로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더숲

숲을 키우는 연어 사체의 비밀 등 #시계 톱니바퀴처럼 얽힌 생태계 #우리는 왜 계속 파괴만 하고 있나

그린 챌린지
-한국환경보고서 2018
녹색사회연구소 지음, 알렙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지난 1930년대 늑대가 사라졌다. 주변 농부들이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19세기 말부터 계속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늑대가 사라지자 늘어난 사슴이 풀과 나무를 먹어 치웠다. 숲이 황폐해지고 먹이가 부족해졌고 사슴은 강가의 나무까지 먹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강변 토양이 침식되기 시작했고, 강에 살던 비버들도 굶주리게 됐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은 점점 참담해졌다. 결국 1995년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서 늑대를 들여와 풀어주기에 이르렀다. 다시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사슴 숫자는 급격히 줄었고, 강가의 작은 나무도 다시 살아났다.

그린 챌린지

그린 챌린지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연어는 곰과 새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숲 전체를 살찌우기도 한다. 동물들이 숲 여기저기에 남긴 연어 사체는 나무를 키우는 비료가 된다. 연어가 바다에서 담아온 질소 성분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나무가 이를 흡수한다.

이처럼 생태계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서로 얽혀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의 저자는 생태계를 거대한 ‘시계’에 비유한다. 그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선물한 골동품 시계를 뜯었다가 다시 맞추는 데 실패했던 경험과 연결지으며, 생태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톱니바퀴가 있다고 말한다.

독일 출신의 생태 작가이자 숲 해설가인 저자는 자연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끝없이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 삶과 같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의 시계 장치인 생태계를 통째로 바꾸려고 해왔다는 것이다.

대자연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늑대를 남획하자 생태계가 위협받았다. [중앙포토]

대자연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늑대를 남획하자 생태계가 위협받았다. [중앙포토]

대표적인 사례가 여름은 독일에서, 겨울은 스페인에서 지내는 검은머리명금이라는 철새다. 이 새는 이동 경로에 있던 영국에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졌다. 새들은 굳이 스페인까지 갈 필요 없이 영국에서 겨울을 나게 됐다. 먹이 주기는 새의 유전자도 바꿔 놓았다. 부리는 씨앗을 먹기 쉬운 모양으로, 날개는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야생 동물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중요하게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톱니바퀴로 이뤄진 복잡한 생태계를 한국 사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하고 있을까. 그린 챌린지-한국환경보고서 2018은 한반도의 자연이 여전히 과도한 개발로 조각조각 나고, 파괴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196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은 도로와 탐방로로 인해 152개 조각으로 파편화돼 있다. 보전보다는 이용자 중심으로 국립공원이 운영된 결과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경우 전체 면적의 5%만 탐방객에게 개방한다. 철저히 보전 위주다.

우리는 또 사흘간의 동계 올림픽 활강 경기를 위해 남한 최고의 원시림인 가리왕산의 500년 숲을 잘라냈다. 이 과정에서 지름이 1.23m나 되는 들메나무 노거수(老巨樹)도 잘려나갔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396호인 대동리 들메나무(지름 1.14m)보다 굵은 나무인데도 보호받지 못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에는 120년 이상 된 고목의 나무즙만 먹고 사는 꽃등에가 2005년 처음 발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어쩌면 우리는 가리왕산을 벌목하면서 그런 생물종의 서식처를 없애버렸는지도 모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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