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미중 갈등 해결의 운전수가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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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 작동하고 있는 듯 보이는 아세안 국가 사이에서도 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큰 갈등이 있어 상대국 지도자를 비난하기 일쑤였다고 하지요. 이 때 태국과 필리핀이 나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결국 통합을 해낸 사례가 있습니다. 남과 북이 미중 갈등을 이런 식으로 해결해봄직 합니다”

3월 30일 고려대 아세아연구소에서 열린 HK사업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미중경쟁과 동북아 협력체’ 세션에서 이신화 고려대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 말련-인니 갈등때 이웃국 나서 갈등조정 경험 #- 남북도 미중 갈등의 해결사 역할 해야 #-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미중 경쟁과 동북아 협력체 세션'

이신화 교수 [출처: 차이나랩]

이신화 교수 [출처: 차이나랩]

이신화 교수는 “현재 시진핑-트럼프-푸틴-아베를 주축으로 하는 스트롱맨들의 지역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국대로,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미국은 미국, 일본은 일본 대로 각각 제국주의적 시대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노스텔지어 포 엠파이어(nostalgia for empire)’ 때문에 민족주의 역시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중 간의 갈등 양상이 깊어지더라도 한국은 여기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신화 교수는 “미중 갈등이 있더라도 남북한은 공존의 틀을 만드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출처: 중앙포토, 사진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출처: 중앙포토, 사진 공동취재단]

이 교수는 집단적 주인의식(collective own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두가 공동체 안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컨센선스가 있는 위에 주인의식이 있다면 각자의 몫을 다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4강의 이해관계와 힘의 역학이 교차하는 독특하고 도전적인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한반도를 균형의 지역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북-미간의 기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북한은 맥시멈 프레셔(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이며 미국은 2018년 11월 있을 의회선거를 위한 국내 정치용 외교적 ‘트로피’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정남 교수 [출처: 차이나랩]

이정남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국은 최근 미중으로부터 각종 외교적 쟁점에 대해 편들기를 강요받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미중 갈등 국면을 헤쳐 나가야 할까.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모호한 균형 외교 논리가 아닌 자기 주도 외교(self-directed diplomacy)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석희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석희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미중 간 갈등 속에서도 한국의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기존에는 미중의 반응을 보고 전략을 정하는 타입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먼저 나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한 교수는 “저 역시도 자기 주도 외교에 백번 공감한다”면서 “문제는 방법론이다. 먼저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이익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며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무리 좋은 외교전략이 있어도 대내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해주지 않은 이상은 힘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기영 고려대 교수는 “외교에서도 공자의 말대로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가 황금율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손기영 교수 [출처: 차이나랩]

손기영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편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한국인이면서 중국을 연구하는 전문가(65세 이하의 박사학위를 소지한 중국 대외정책 관련 한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내용도 발표됐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미 동맹에 중점을 두되 이것이 중국에게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확대 발전시켜 중국으로부터 “한국이 미국 편에서 서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의심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차이나랩 서유진 인턴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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