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로봇학자 50인, KAIST와 연구 '보이콧 선언'···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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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로봇 안 돼" 세계 로봇학자들 카이스트에 '보이콧'  

“‘킬러 로봇’이 개발될 수 있다.”

"자율 무기 포기 때까지 연구 협력 중단" 서한 #카이스트 "킬러 로봇 개발 의사 없어" 해명

세계 최고의 로봇학자들이 한국의 카이스트(KAIST)가 연구하는 인공지능(AI) 무기가 미칠 부작용에 대해 이같이 우려하면서 공동 연구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킬러로봇은 고도의 AI와 첨단 통신 기술로 무장해 사람의 조작이나 명령 없이도 적과 전투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사우스웨일스대의 토비월시 교수 등 50여명의 로봇학자들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카이스트의 연구 활동은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뿐”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엔(UN)이 이 같은 위협을 억제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 권위 있는 학술 기관이 군비 경쟁을 촉진하려는 데 관심을 갖는 것에 유감”이라며 “우리는 카이스트 총장이 자율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카이스트와의 모든 협력관계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전했다.

킬러로봇 이미지. [중앙포토]

킬러로봇 이미지. [중앙포토]

 앞서 카이스트는 한화 시스템과 공동으로 국방 AI 융합과제를 발굴, 연구할 목적의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를 2월 열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드론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탑재돼 스스로 가동되는 킬러 로봇이 개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26개국 정보기술(IT) 전문가 116명은 킬러로봇의 사용과 개발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UN에 제출하기도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스틸 이미지. [중앙포토]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스틸 이미지. [중앙포토]

이에 대해 카이스트는 해명자료를 내고 “인권과 윤리적 기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량살상무기, 공격무기 등 인간 윤리에 위배되는 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입장을 보이콧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발송했고, 일부 교수로부터는 의혹이 해소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한화 측도 카이스트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는 AI 기반의 기술과 로봇은 폭발물 탐지 같은 위험한 작업을 다루는 데 사용될 것이라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부의 병력 감축 계획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다음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 인공지능 무기 사용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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