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한국 새우 신세…한국, 대중 수출 30조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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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무역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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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르면 5월 말부터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 산업계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으로 확산할 경우 한국 산업계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한다.

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대(對) 중국 연간 수출액도 282억6000만 달러(약 30조49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약 1421억2000만 달러)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세부 품목으론 전기장비(109억2000만 달러), 정보기술(56억 달러) 등 첨단 산업 분야와 석유화학(56억 달러) 등의 피해액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미국 수출량이 줄어들면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중간재 (완성품에 들어가는 재료와 부품) 수출이 시차를 두고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는 1121억 달러(약 119조원) 규모로 전체 중간재 수출의 78.9%를 차지한다. 중간재를 포함한 한국의 미·중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에서 36.7%에 이른다.

일각에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 제품 수출 감소로 스마트폰·통신 장비 등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이 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제품과 저가 경쟁을 하는 일부 품목은 반사 이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등은 중국 제품과 경합하지 않아 미국이 중국산 수입을 줄여도 수혜를 보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산할 경우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폭탄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관세 조치로 확산하게 되면 한국 수출업계는 367억 달러(약 39조원)의 대규모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EU 간 관세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높아지면 전 세계 무역량은 6% 줄어들고 한국 수출액도 6.4%(약 367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도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손상 문제가 있어 전 세계적 차원의 무역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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