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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분 대상아닌데 수사대상" 뮬러 말에 트럼프 진영 내분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은 지난달 초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진술 조사를 변호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러시아의 ‘수사 대상’이라고 묘사했다. 검사들이 범죄와 관련된 인물 가운데 기소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WP "트럼프, '처벌가능성 낮다' 확인에 안심, #변호사 '수사대상, 쉽게 기소대상되곤 한다, #법적 위기 빠뜨릴 진술조사 거부해야' 주장"

WP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5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포함한 재임 중 조치들과 사법방해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를 막으려는 부정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등 사법방해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진술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뮬러 특검의 수사상 지위에 대한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이너서클 내분 양상까지 불렀다. 대통령과 일부 측근들은 “형사소추될 위험이 낮다”는 특검의 표현에 안심했다. 반면 다른 쪽은 “수사 대상은 쉽게 기소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며 대통령을 법적 위기로 빠뜨릴 수 있는 인터뷰에 응하게 하려는 '미끼'라고 우려했다. 뮬러 특검 수사대응을 전담해온 존 다우드 변호사는 수사 대응 전략을 놓고 논쟁하던 중 “특검 인터뷰를 거절하자”는 자신의 조언을 대통령이 무시한 데 좌절해 사임하기까지 했다.

뮬러 특검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란 기관을 중심으로 2014년부터 온라인 댓글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활동을 한 러시아인 13명과 기관 3곳도 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엔 ‘푸틴의 셰프’로 불리는 러시아 요식업계 거물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이들에 자금을 댄 혐의로 포함됐다.

지난달 트럼프 캠프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과 릭 게이츠 전 보좌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재벌 출신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에게 3000여만 달러(약 317억원)를 받아 숨긴 것을 포함해 금융사기ㆍ조세포탈 등 30여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이익에 반한 공모죄와 해외자금세탁, 외국 로비스트 등록 위반 등 12개 혐의로 기소된 데 이은 2차 기소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캠프 고문 변호사를 지낸 네덜란드 출신 알렉스 밴 더 주안을 게이츠와 접촉한 사실에 대해 위증한 혐의로 징역 1개월과 벌금 2만 달러를 선고하기도 했다. 게이츠와 주안은 함께 사이버해킹부대 운영으로 악명높은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와 연관된 남성과도 만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출범한 특검 수사는 이제 대통령의 탄핵 여부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 수사로 확대된 상태다. 특검은 사법방해 보고서를 시작으로 단계적인 보고서를 통해 대중의 관심사항에 응답할 계획이다. 하지만 특검 규정상 모든 수사 결과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차관에게 비밀리에 보고해야 하며,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권한도 로젠스타인이 갖고 있다.

몇몇 학자들은 뮬러 특검이 범죄혐의를 발견한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당 혐의를 상세히 보고서에 담아 의회가 탄핵절차를 개시할 근거를 제공할 순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 여러 명도 백악관 참모들에게 뮬러 특검이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 관련 조치에 대해 혹독하게 비난하는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진술 조사를 요청하면서 지난해 2월 대선 때 러시아 인사들과 접촉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과 5월 코미 전FBI 국장 해임 및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 시도에 대해 더 조사할 게 있다고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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