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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천안함 발언’ 다음 날, 노동신문 “남한의 조작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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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노동신문이 3일 천안함 폭침 사건을 “남조선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전날 평양을 방문 중인 남측 기자단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한 다음 날이다.

전문가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폭침 책임 회피 돌파구 찾을 속셈” #김영철, 남측 예술단 환송만찬 주재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치졸한 모략극인 천안호(함) 침몰사건의 진상은 이미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천안호 침몰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의 이 논평은 지난달 23일 천안함 폭침 등 북한 도발로 숨진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서해 수호의 날’을 비난하며 나왔다. 서해 수호의 날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북한은 1일엔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그 누구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기정사실로 해 동족 대결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김영철

김영철이 2일 남측 기자단에 한 발언도 천안함 폭침 주범 논란을 눙치고 지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곽길섭 원코리아연구센터 대표는 “김영철은 천안함이 자기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부적절한 농담조를 빌려 표현했던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돌파구를 찾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7일 정상회담 이전에 천안함 논란이라는 걸림돌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군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엔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방한했다. 그의 방한을 정부가 수용한 것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김영철의 2일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고,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 역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또 3일엔 북한 당국을 대표해 남측 예술단의 남북 합동공연을 관람했다. 군 시절부터 김영철의 오른팔이었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공연을 지켜봤다. 김영철은 공연 후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예술단을 초청해 만찬도 주재했다.

이날 공연은 오후 3시30분(북한 시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남측 예술단 11팀과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합동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 후반 이선희·최진희·백지영·서현·레드벨벳 등 남측 가수들과 북측 가수들이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라는 가사가 담긴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합창했다. 피날레는 남북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며 장식했다. 김영철·이선권과 함께 남측 예술단 단장을 맡은 도종환 장관 등이 기립해 손을 잡고 합창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소감을 묻는 남측 기자단에 “남북 가수들이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잘했다”며 “(남북이)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가수 윤상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긴 아쉽다”고 했다.

남측 예술단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김영철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한 뒤 밤늦게 이스타항공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으로 귀환했다.

북한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일로 예정됐던 실무회담을 하루 늦추자고 제의해 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한은 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개설을 위한 통신 관련 실무회담은 7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도 제의했다.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엔 남측에선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이끄는 7명의 대표단이, 북한에선 6명의 대표단이 마주 앉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급작스러운 연기 요구에 대해 “북측이 밝힌 이유는 없다”고만 했다.

◆이설주, 김정은 “제 남편” 호칭=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대표단과 김정은 부부의 만찬에서 이설주가 김정은을 “제 남편”이라고 불렀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을 북한은 ‘원수님’으로 부른다”며 “이런 호칭은 지극히 이례적이며 ‘보통국가’를 연출하는 방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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