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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금호타이어 노사가 보여준 한국GM의 갈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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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호타이어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이했다. 극적인 반전은 정부의 확고한 구조조정 원칙론에서 비롯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자율협약 종료 당일인 지난달 30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최후통첩성 마지막 호소문을 띄웠다. 곧이어 “청와대에서도 정치적 해결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전언이 산업은행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러자 노조가 움직였다. 조합원 투표로 해외 매각에 대한 찬반을 묻기로 했고 어제 실시된 투표에서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의 길을 터 준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해외 매각과 임금 삭감 등을 포함한 자율협약 시한을 넘겼다면 금호타이어는 부도 처리 직후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 그렇게 되면 전체 근로자 30~40%가 일자리를 잃고 회사 청산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막판에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의 투자 유치를 선택함에 따라 노조원들은 일단 일자리를 지키게 됐다. 채권단도 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GM은 금호타이어 노조의 선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성 노조의 벼랑 끝 투쟁으로 한국GM은 지난달 31일 임단협 합의 시한을 넘겼다. 이렇게 되면 GM 본사가 이달 20일까지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제출하기로 한 투자계획안(자구안) 제출도 불투명해진다. 한국GM은 대주주가 외국인이다. 노조가 발목을 잡으면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가 보여주듯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전혀 손을 쓸 수 없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통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지금 한국GM에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경쟁력 회복이다. 그것만이 한국GM이 살길이고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