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81) 화백의 작품이 프랑스 고딕 예술을 대표하는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오는 11월 보수공사가 완료될 종교 참사회의실에 만들어지는 4개의 창에 방 화백의 작품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를 설치하기로 최종 선정했다. 6개월의 심사 끝에 내린 결정이다. 방 화백은 2012년부터 유리화 작업을 함께해온 독일 페테르스 공방의 초청으로 공모에 참여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샤르트르 대성당 설치 작품 선정 #독일 페테르스 공방과 공동 작업 #고향 개울가의 물결·햇살 담아
약 1년에 걸친 제작 공정을 걸쳐 설치될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로 4m26cm, 가로 1m 62cm에 달한다. 그는 이 작품에 ‘빛은 생명이요, 기쁨이며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첫 창 ‘빛의 탄생’부터 ‘생명, 빛의 숨결’, ‘사랑, 빛의 진동’, ‘평화, 빛의 노래’를 각각의 주제로 표현한 것이다. 방 화백은 “네 개의 창은 승천을 표현하며, 가운데 길과 원형은 상승하는 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빛의 향연을 담아낸 각 이미지에 샤르트르 대성당의 기존 스테인드 글라스의 청색 컬러를 염두에 두고 섬세하게 배색한 점도 눈에 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61년 국비장학생 1호로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나 파리에서 작업해온 그는 “57년간 이어온 빛 연구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빛을 그리는 작업이 내겐 마음의 수양과 같다”고 말한 그는 빛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 왔다. 그는 자신의 이 여정을 “빛이 내게로 왔다”는 말로 압축했다. 어릴 때 개울가에 앉아 바라보았던 물결과 그 위에 일렁이는 햇살이 평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주로 천연염료를 이용해 닥지나 부직포 위에 작업하며 종이 위에 스며들고 우러나는 효과로 빛의 느낌을 표현해왔다. 방 화백은 “빛의 작은 점 하나를 그리는 것은 사랑과 기쁨과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며 “우리가 모두 빛의 존재라는 믿음을 갖고, 이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상에 바치는 마음으로 작업해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 화백과 오랜 친분이 있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방 화백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경이로움! 모든 창과 문을 혜자의 빛으로···. 브라보 혜자!”라고 축사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 2월 인도 오로빌 문화원에서는 방 화백의 개인전 ‘세상의 빛’이 열렸으며, 지난달 16일 캐나다 오타와 한국문화원에서는 방 화백의 특별기획전 ‘빛의 노래’ 전시가 시작됐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