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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김정은이 '노란선' 넘어올까…2018년판 '륙륙 날개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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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다음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각각 2박 3일이던 2000년과 2007년 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단 하루에 회담이 끝난다. 의제는  ‘비핵화’로 모아진 상태다. 남북은 다음 달 4일 의전·경호·보도 등을 다루는 실무회담을 연다. 여기서 구체적인 회담 시간과 방식 등이 결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노란 선을 넘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효과는 대단했다. 군사분계선을 노란 페인트 선으로 그어 놓으니 더 극적으로 보였다”고 썼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극적으로 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에 노란 페인트로 선을 긋고 이를 걸어서 넘도록 했다. 북한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계획이었다.

당시 이러한 아이디어를 냈던 오승록 전 청와대 행정관은 나중에 ‘근정포장’을 받았다. 포장은 훈장 다음으로 가는 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역대 3번째다. 판문점에서 열리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북한 정상이 한국 쪽으로 넘어와 진행된다. 북한의 김정은이 어떤 형식으로 남한 땅을 밟게 되는지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철도, 차량 아니면 헬리콥터?

회담장까지 어떻게 이동하느냐도 관건이다.

2000년 6월13일 오전10시 27분 전용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항에 영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00년 6월13일 오전10시 27분 전용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항에 영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비행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공항까지 영접을 나온 김정일과 포옹을 나눴다. 노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간 뒤 다시 타고 왔던 차량으로 평양까지 이동했다.

『운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싶었다. 가장 욕심을 부렸던 방법은 철도였다…(중략)…대통령이 열차로 다녀오게 되면 남과 북의 끊어진 철도길이 명실상부하게 열리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철도로 판문점까지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철도편을 이용하자는 정부의 강력한 제안에 대해 북한은 개성 위쪽부터 평양까지의 선로가 완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 불발됐던 전례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군사분계선에 그려 놓은 노란선을 보도로 넘었지만, 평양까지의 이동은 차량을 이용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군사분계선에 그려 놓은 노란선을 보도로 넘었지만, 평양까지의 이동은 차량을 이용했다. [중앙포토]

단 하루뿐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해 판문점까지 헬기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가 떨어지는 점이 단점이다. 구체적인 이동 방법도 남북 간 실무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륙륙날개탕’과 ‘팔도 대장금’ 요리

이번 정상회담의 남북한 정상이 함께할 식사 메뉴도 관심거리다. 식사 메뉴 자체가 정상회담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및 양측대표단이 2000년 정상회담 환송 오찬에서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및 양측대표단이 2000년 정상회담 환송 오찬에서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과 4시간 12분에 걸친 접견과 만찬 회동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정상 간 핫라인 설치와 북한의 비핵화 및 북ㆍ미 대화 표명 등이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김정은은 당시 만찬에 평양 소주를 내놨다고 한다. 이번 회담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파격적인 행보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00년 DJ의 평양 방문 땐 김정일과 3차례 식사를 했다. 당시 첫날 환영 만찬에 북한은 메추리 완자탕인 ‘륙륙날개탕’을 비롯해 칠면조 향구이, 생선수정묵 등을 올렸다. 이밖에 칠색송어은지구이(송어를 은박지로 싸서 구운 것), 소고기 굴장즙(화이트소스에 버무린 소고기), 젖기름빵(소 젖기금으로 만든 빵) 등 생소한 퓨전 음식이 나왔다.

이중 륙륙날개탕은 ‘6+6=12’라는 의미로 6월 12일 정상회담을 예상하고 김정일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당 요리는 12일이 아닌 13일에 식탁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 사흘째인 2007년 10월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 사흘째인 2007년 10월 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는 게사니구이(수육과 비슷한 요리), 배밤채(배와 밤을 채 썬 음식), 잉어배살찜, 소갈비곰(갈비찜 종류), 꽃게 흰즙구이 등이 나왔다. 만찬주로는 고려 개성 인삼주와 들쭉술, 룡성맥주, 동양술(고량주)가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북측 인사들에게 답례 만찬을 준비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팔도 대장금 요리’라는 주제로 제주 흑돼지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ㆍ평창 너비아니 구이와 자연산 송이 등이 마련됐다.

평양냉면ㆍ온반 케이터링?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오찬 또는 만찬이 진행될지 등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평화의 집은 음식을 준비할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장소도 협소해 식사가 필요할 경우 케이터링(catering)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 결과에 따라 식사가 1회 이상이 될 경우 한 번은 남한에서 준비하고, 다른 한 번은 북한에서 평양냉면이나 온반을 준비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를 달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를 달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중앙포토]

문 대통령의 집안은 북한 함흥 출신이다. 문 대통령도 평소 북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

이번 회담은 하루짜리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회담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전까지 실무 차원의 남북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사전조율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남북 정상이 실제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이는 긍정적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7년 김정일은 평양을 방문한 노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말미에 “하루 더 머물다 가시라”는 돌발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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