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교회가 거듭나야 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77호 31면

책 속으로 

권력과 교회

권력과 교회

권력과 교회
김진호 지음
창비

사회 이끌어온 ‘소금’ 역할 잃어 #교회세습, 불투명한 재정 심각 #한국 파워엘리트 40%가 개신교 #보수 정치권과 연결고리 끊어야

모든 종교는 현실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진짜’ 현실을 추구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현실 속 권력이나 재물의 문제와 타협하지 않는 종교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져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정도의 문제다.

우리나라 개신교는 독립운동·근대화·산업화·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적어도 일각에서는 ‘개독’이라는 냉소와 비판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한국 최대 종교인 개신교는 신뢰도 면에서는 꼴찌다. 사회를 선도하던 개신교가 이제는 사회의 근심거리가 됐다. 왜일까.

『권력과 교회』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신교가 다시 국가적·사회적·시민적 개신(改新)을 위한 등대가 될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책의 부제는 ‘강남순·박노자·한홍구·김응교 대담’이다. 강남순은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신학대학원 교수(신학·철학), 박노자는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한국학), 한홍구는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한국근대사학), 김응교는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문학)다. 다섯 명이 한꺼번에 만난 게 아니라 저자인 민중신학자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과 1대1로 맞붙었다. 해당 분야에서 필명이 높고 상당한 대표성을 확보한 저자와 대담 참가자들은 모두 상대적으로는 좌파 진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편’ 끼리의 대담이라 밍밍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뜨겁다. 한국 개신교의 발전을 역사적구조적으로 살피고 있다.

“좌파 기독교, 우파 기독교 운운하는 사람들은 기독교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라는 반응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좌파·중도파·우파 기독교가 있다. 『권력과 교회』는 좌파 기독교도 비판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우파 기독교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한홍구 교수는 “교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형성과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광기의 중요한 행위자다”라고 했다. 김응교 교수는 “교회 바깥으로 분노의 정치를 실행할 투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신자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할 일 아닐까”라고 묻는다.

덴마크 화가 카를 블로흐(1834~1890)가 그린 ‘성전에서 환전상들을 쫓아내는 예수’. 예수가 생각한 성전은 비즈니스하는 곳이 아니라 ‘기도하는 곳’이었다. [사진 오션스 브리지]

덴마크 화가 카를 블로흐(1834~1890)가 그린 ‘성전에서 환전상들을 쫓아내는 예수’. 예수가 생각한 성전은 비즈니스하는 곳이 아니라 ‘기도하는 곳’이었다. [사진 오션스 브리지]

『권력과 교회』가 말하는 개신교, 특히 우파 개신교는 무엇이 문제일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개신교는 권력과 잘못 만났고 지금도 잘못 만나고 있다. 개신교 신자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 내각에서 42.9%, 제헌 국회에서 27.3%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미자(사랑의교회·미래를경영하는연구모임)’라는 용어가 회자됐다. 교회는 한국 파워엘리트의 중핵을 차지한다. 2005년 한국의 파워엘리트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신교 신자가 40.5%였다. 박노자 교수가 ‘저신뢰 연줄형 사회’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취업·승진·출세·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웰빙’을 꾀하는데 교회만한 조직은 없다.

『권력과 교회』의 비판은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이어진다. 개신교는 반지성주의와 극우주의, 맹신적인 친미주의로 세상의 소금 구실을 못하고 있다. 예수가 말한 사랑이 아니라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증오, 성 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여성혐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神)과 신앙인 사이의 직접 소통을 위해 탄생한 게 개신교회이지만 현대 한국의 ‘성직자중심주의’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거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한 역기능의 총본산으로 지목되는 게 대형교회다. 혈통적인 세습이 일어난 교회는 350여 개로 전체 교회의 0.45%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머지 교회의 목사직 승계 과정 또한 불투명하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교회는 비자금 형성의 수단이 되고 있다. 또 소형·중형 교회도 대형교회를 꿈꾸기 때문에 대형교회의 문제점은 전체 교회로 투영되고 복제된다.

“이 책은 대형교회 패러다임에 흠집을 내려고 한다”고 밝힌 『권력과 교회』는 ‘작은 교회 운동’에서 대안을 발견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작은 교회는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성장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작은 밀알이 되는 데 힘쓰는 교회”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