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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떠나온 내 고향 이란 … 그곳의 진실을 널리 알리려 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7호 32면

책 속으로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달콤한 책

프랑스 작가 마지디 인터뷰 #여성·아이의 눈으로 본 정치탄압 #두 나라 사이의 정체성 혼란 그려

어디에나 신데렐라는 있기 마련. 지난해 첫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원제 Marx et la poupée)』으로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신인상을 받은 여성 작가 마리암 마지디(38)는 또 다르다. 이란 혁명을 피해 다섯 살 때 프랑스에 정착한 이민자 출신이어서다. 당연히 그의 소설은 이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신랄하지만,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 혼란을 비중 있게 다룬다. 고발문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시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현실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설정도 자주 보인다. 특히 프랑스어 문장이 원어민도 반할 정도로 품격 있다고 한다. 절실한 여성의 목소리, 아이의 천진함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소설의 국내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마지디는 27일 “소설 내용을 문제 삼아 이란 정부가 나의 입국을 금지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이란 이중국적자여서 비자 없이 이란을 방문할 수 있다. 조심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가지 않고 있다는 거다.

이란계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 첫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 신인상을 받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란계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 첫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 신인상을 받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내용을 꼭 써야 했나.
“작가가 진실을 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아버지는 필명 사용을 권했지만 내 작품의 구두점 하나도 내 책임이고 그로 인한 어떤 결과든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썼다. 이란에서의 어린 시절을 쓰면서 어떻게 정치 탄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원제 ‘마르크스와 인형’의 의미는.
“부모님이 마르크스 레닌주의자였다.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해서 어린 시절 내 장난감들을 나 혼자 누리면 안 된다며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부모의 이념과 장난감이 꽉 물린 상태가 내 유년이었다.”
 한국판 제목은 어떤가.
“굉장히 좋아한다. 원래 제목을, 어떻게 페르시아인이 되는가, 로 하려고 했다. 언어가 바로 고국이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어떻게 고국이 되나.
“한 사람의 정체성은 국가의 영토나 국경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다. 프랑스를 떠나 중국·터키에 살 때 몹시 그리웠던 건 프랑스가 아니라 프랑스어였다. 모국어로 원하는 것을 표현한 문학 공간은 내게는 집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프랑스인인지 이란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내가 편안한 언어가 프랑스어고 그걸로 작품을 쓴다는 게 중요하다.”
 책 판매는. 공쿠르 신인상을 받았는데.
“상 받아 엄청 기뻤다. 그 영향으로 보통 책보다 몇 배는 더 팔렸다. 하지만 책 출간 후 곧 프랑스 대선이 있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이란은 미국에 맞서 나름의 길을 가는 거 아닌가.
“미국의 트럼프도 너무 싫지만 이란 체제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를 할 수 없다. 검열을 피해 일상의 자유를 과감히 시도하는 이란 여성과 젊은이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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