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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운동가 김기식’의 금감원장 낙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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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호 34면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어제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대에도 이날 오후 임명 제청의 재가를 강행했다. 1999년 통합 금감원 출범 이후 원장 자리에 정치인 출신이 온 것도, 시민단체 출신이 온 것도 김 신임 원장이 처음이다.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상조 위원장, ‘금융 검찰’로 통하는 금감원의 김 원장이 모두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참여연대 출신이고,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에 ‘재벌개혁론자’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으며 금융 업무를 경험했고, 참여연대 시절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금융 현안을 다뤘다. 하지만 정부 관료나 학계, 금융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성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전형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과거 어떤 정권도 이렇게까지 전문성을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를 한 적은 없다”며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사라지고 규제 일변도의 야만스러운 칼춤을 추는 금감원만 보이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은 없고 ‘감독’만 남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 김 원장은 이런 야당과 시장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무위 국회의원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테면 의원 시절엔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에 주안점을 뒀겠지만 금감원장에겐 빅데이터의 활성화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금융혁신을 도모하는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김 원장이 ‘시민운동가 김기식’이 아니라 무엇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금융감독기관의 장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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