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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블랙하우스' 폐지하라…시청자 항의 폭주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

지난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58) 전 의원으로 인해 SBS의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도 역풍을 맞고 있다. 정 전 의원이 기존 자신의 주장과 달리,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사건 당일 갔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방송에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정 전 의원의 주장을 소개한 블랙하우스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시청자 항의가 시청자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나오고 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공식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등을 요구하는 시청자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사진 홈페이지 캡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공식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등을 요구하는 시청자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사진 홈페이지 캡처]

지난 22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가 정 전 의원에게 렉싱턴호텔에서 사건이 발생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1년 12월23일 하루 동안 정 전 의원이 찍힌 사진 780장 가운데 일부를 공개하며 “오후 1~2시께 정봉주 전 의원은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의 카페지기를 맡았던 민국파가 사건 당일 오후 1~2시께 정 전 의원을 렉싱턴 호텔에 데려다줬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그동안 정 전 의원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를 알지만, 사건이 발생했다는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 프레시안 등을 고소했었다.

하지만 28일 오전 정 전 의원이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정 전 의원이 고소를 취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8일 오전 내놨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들은 “김어준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장 사과방송 하고 방송 폐지하라” “김어준의 쉴드하우스”, “거짓말쟁이 정봉주를 공중파 방송으로 쉴드 쳐 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폐지하라!” 라고 글을 남겼다. 일부 네티즌은 블랙하우스 출연진 중 한 명인 개그맨 강유미씨를 언급하며 “강유미가 확성기 들고 정봉주 씨 인터뷰 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씨가 블랙하우스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된 인사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본따 말한 것이었다.

정치권에서도 방송 하차 요구가 나왔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8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추가 증거가 드러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욕망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려 하는 정 전 의원과 김어준씨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라며 “(김어준씨는)미투 운동의 공작론을 처음 거론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2차 가해에 앞장섰다。특히 정 전 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주기 위해 본인의 프로그램까지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따지고 보면 블랙하우스도 피해자죠”, “팩트와 증거물 나열하고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남겼는데 무슨 실드?”, “확보된 증거에 의한 사실관계만 확인한 거죠. 언제 두둔했죠? 민국파가 지정한 시간대에 찍힌 사진이 사실이라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김어준이 언제 편들어줬음?”이라는 반박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지난 방송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가 어떤 한쪽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대변하려고 방송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는 어느 쪽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논란이 됐던 행적에 대한 팩트 체크 위주였다"고 해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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