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쉼 없이 일한 이순재가 “의외로 재산 없다”고 말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배우 이순재씨 2007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 모습(왼쪽)과 연극 '황금연못'의 한 장면(오른쪽) [MBC 화면 캡처, (주)수현재컴퍼니]

배우 이순재씨 2007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 모습(왼쪽)과 연극 '황금연못'의 한 장면(오른쪽) [MBC 화면 캡처, (주)수현재컴퍼니]

배우 이순재씨가 연기 인생 63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씨는 27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초보 연기 시절부터 자신의 연기 소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씨는 자신의 과거 연기 생활을 떠올리며 "하루에 영화를 4개 찍은 적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제가 신혼 초에 집에서 잔 시간이 얼마 안 된다"면서 "그만큼 수입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그가 연기를 시작한 1956년에는 방송 노조가 없었다. 사측의 요구대로 1년에 한 번씩 출연료 조정을 했고, 연기자들은 적은 출연료를 받으며 어렵게 생활을 꾸려가야 했다.

이씨는과거보다 최근 연기자들이 받는 출연료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후배들 받는 돈을 보면 프로듀서들에게 남는 돈이 있나 싶다. 제 세대에서 보면 기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50년 만 늦게 태어났으면 하는 후회가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쉬지 않고 일했지만, 의외로 재산이 없다"면서 "50년 늦게 태어났으면, 제가 빌딩 한 채를 지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KBS1 아침마당 화면 캡처]

[KBS1 아침마당 화면 캡처]

이날 이씨는 과거 출연작과 관련한 촬영 비화도 밝혔다.

그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 당시 내가 나가면 우리 동창들이 나한테 욕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보는 사람은 재밌겠지만, 하는 저로서는 난감했다"고 했다.

이씨는 2007년에 출연한 시트콤에서 야한 동영상을 즐겨 보는 할아버지 역을 맡아 개그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걱정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씨는 자신이 다수 작품을 했지만, 상복은 크게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사실 난 KBS에서 나에게 한 번 정도는 대상을 줄 줄 알았다. KBS 작품 때문에 내가 담배도 끊었다. 그런데도 안 주더라"라며 "목욕탕집 남자들 때는 대상을 줄 것처럼 굴더니 공로상을 주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씨는 자신의 연기 소신을 밝히며 출연료보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수준에 맞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 빌딩 갖고, 돈은 몇십억 벌어도 배우로서 조건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작품 끝나고 휴식기에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배우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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