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성폭력 후속조치 시행하라" …천막 농성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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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서울대 행정관 앞에 세운 '성폭력 교수 파면 요구' 천막. 정용환 기자

학생들이 서울대 행정관 앞에 세운 '성폭력 교수 파면 요구' 천막. 정용환 기자

2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는 농성 천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 21일 처음 만들어져 일주일 동안 줄곧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농성을 하는 이 천막에는 ‘안 선한 인재, H교수 파면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들이 지목한 H교수는 성폭력·폭언·횡령 등의 혐의로 신고돼 지난해 8월 교내 인권센터가 정직 3개월을 권고한 사회학과의 교수다. 하지만 대학 본부는 징계 권고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본부가 정해진 징계 절차를 늦춰가며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며 “파면이 결정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신재용(24) 총학생회장은 “천막 농성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표현이다"며 "학교는 늑장 징계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장은 “성폭력 사건이 해결되려면 피해자가 있는 공동체로 가해자가 복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측은 징계 절차가 늦어지는 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인데, 횡령 부분에 대해 교육부의 감사가 진행 중이라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징계위의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합의 강요한 교수도 처벌하라”   

중앙대 캠퍼스. [중앙포토]

중앙대 캠퍼스. [중앙포토]

‘미투’ 열풍에 강한 성폭력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만이 아니다. 중앙대 조소과 총동문회는 대학에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강요하고 성폭력 교수를 감싼 교수들도 징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중앙대 조소과의 한 강사는 2013년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종강 뒤풀이에서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조소과 총동문회는 “처음부터 피해자들은 해당 강사를 고소하고 싶어했지만 같은 과 양모 교수가 갑자기 개입해 합의를 강요했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중앙대 인권센터 역시 중재로 방향을 잡고 조사를 진행해 피해자들이 고소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대학과 교수가 자기들의 안위를 위해 학생들을 회유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에 개탄스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명예 회복할 대응책 마련하라”

25명의 동덕여대 교수들은 지난 22일 대학 측에 “사실관계 조사를 철저히 하고, 실추된 학생·학교·교직원·대학의 명예 회복을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성명을 냈다. ‘미투’ 운동을 비하하고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나온 문예창작과 하일지(62·본명 임종주) 교수 사건 때문이다.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가 지난 19일 '미투' 비하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가 지난 19일 '미투' 비하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하 교수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대학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총학생회 등 동덕여대 학생들은 “하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파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하 교수의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송우영·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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