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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반도체·페놀에 유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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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두 나라간 협상 채널이 본격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ㆍ중간 협상결과에 따라 한국산 반도체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고위급 대화채널 가동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구매 강요 #한국산 반도체에 불똥 튈듯 #중, 수입 페놀 대상 반덤핑 조사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ㆍ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브레인 류허(劉鶴) 부총리간 고위급 대화채널을 가동했다. 무역전쟁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두 나라 모두 반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지난주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명의로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 미국 반도체 구매량 확대,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류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다면, 미국 기업들에 거대한 기회”라며 “중국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고,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과 협상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중앙포토]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중앙포토]

므누신 장관과 류 부총리는 이미 24일에도 전화통화를 통해 무역갈등 현안을 논의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날 대변인을 통해 “그들은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면서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적자 해소 방안을 찾는데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협상채널을 본격 가동한 것은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서로에게 미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또한 요동쳤다. 뉴욕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2일부터 이틀간 1100포인트 이상 급락한 2만3533.20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최대 600억 달러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의 패키지를 발표한 뒤 중국도 이에 맞서 과일ㆍ돼지고기ㆍ철강 등 3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주요 대중 수출품인 대두ㆍ수수ㆍ보잉사 항공기 등 정작 미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품목은 보복관세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반도체

반도체

트럼프 행정부가 류 부총리에게 건넨 요구사항이 대체로 받아들여지면 한국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구사항 가운데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항목이 반도체이다. 미국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서 사들이는 반도체 물량의 일부를 미국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조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시장은 단연 중국인데, 그 시장 일부를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다. 이렇게 되면 최근 누려온 반도체 호황은 날아가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세로 변하게 된다.

비숫한 불똥이 국내 페놀업계에도 떨어질 조짐이다. 중국 상무부는 26일 공고를 통해 중국석유천연가스, 장춘화공 등 자국 기업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한ㆍ미ㆍ일 3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ㆍ태국에서 수입되는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수입된 페놀이 중국시장에서 정상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면서 중국업체들이 실질적인 손해를 봤다는 이유를 들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수입산 페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번 반덤핑 조사는 최근 무역 마찰을 겪는 미국을 주된 타깃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페놀 수출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초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의 분기점은 다음달 8일부터 나흘간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 연차총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아오 포럼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시 주석이 보아오포럼에서 외국에 대한 중국시장개방 확대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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