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고 싶다” “종말 영화 속 하늘” … 중국에 대책 요구 청와대 청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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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안경에 뭐가 묻은 줄 알았어요. 온통 잿빛인 하늘이 딱 지구 종말 영화 속 하늘 같아요.”

시민들 연사흘 미세먼지 공포 #“물 많이 마시는 것 밖에 방법 없나”

25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씨의 말이다. 많은 시민이 사흘째 이어지는 고농도 미세먼지발 ‘회색 하늘’에 시각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에어 코리아’에 따르면 25일 낮 12시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04㎍(마이크로그램)이다. 미세먼지 예보 단계상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경기도는 121㎍/㎥, 광주 116㎍/㎥, 충북 110㎍/㎥, 인천 107㎍/㎥ 등으로 전국 대부분이 ‘잿빛 공습’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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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사는 서모(66·여)씨는 매일 아침 자녀들로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적힌 문자를 받는다고 했다. 이날 아침에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서씨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굉장히 답답하다. 하지만 집에 와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생기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데,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정말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주희(23·여)씨는 “뉴스에서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도 눈과 피부가 따갑다. 정말 큰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공기가 맑은 국가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 시민은 “직장을 정리하고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적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살려주세요” “미세먼지로 한국 시민들을 죽이고 있는 중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외교적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주세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전국 유명 관광지와 유원지 중에는 미세먼지 속에서도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많았다. 설악산·오대산 국립공원은 산행하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대규모 마라톤 대회가 열린 부산에서는 5000여 명이 마스크를 쓴 채 3~10㎞ 코스를 달렸다.

송우영·정용환·정진호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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